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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내가 마주한 책] "법집행기관 조사 후회없이 대처하기"

딱딱할 것 같지만 의외로 쉽게 읽히는 책

오용석 지음 /박영사

지난 9월 초 신간 소개를 하면서 이 책을 받아 들었다.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법집행기관 조사 후회없이 대처하기? 표지 중간에 자그마한 글씨로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이 법집행기관이라 친절히 설명해 준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관련한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 행정조사기관인 금감원, 공정위, 감사원의 조사절차와 처벌, 대응요령에 대해선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 없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회사, 상장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과장하자면 국내 법집행기관 조사의 종합설명서라 할 만하다.

 

1편 책장을 넘기자 이들 조사기관들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조사, 검사, 수사, 감리를 하고 어떤 처벌을 하는 지 근거가 되는 법령 조문을 곁들여 설명하기 시작한다. 어려운 법 서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당장에 기자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도 아니니 절박함이 없는 이유이기도 할 터.

 

독자들을 위해 유용한 책인지 확인하고픈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없었으면 사실 1편을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1편에도 딱딱한 내용들 사이 사이 흥미를 끄는 내용들도 있다. 올해 초 큰 이슈었던 '검수완박'의 역사적 배경과 법 개정 내용,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과 관련하여 금융회사 CEO들이 금감원의 특별히 세다고 보여지지 않는 조치에 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지 그 배경도 설명한다.

 

공정위 의결이 사실상 법원의 1심 판결에 해당되는 막강한 권한이라는 것, 감사원은 피감사기관에 부당행위자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고 직접 조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2편부터는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1편이 기관별로 조사절차 등을 다루다보니 다소 딱딱하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2편은 조사에 대응하는 방법과 권리, 조사기법 등을 다루고 있어 나름 흥미진진하고 진도가 잘 나간다. 문장도 평이하고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 현실감과 생동감도 느껴진다.

 

말하자면 2편은 마치 기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 뒤편 인왕산의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랄까? 인왕산은 둘레길에 도달하기까지 어느 정도 힘든 길을 올라가야 하지만 둘레길에 도착하면 완만한 산책길이 이어져 속도가 난다.

 

하지만 당장 기자가 이들 기관들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2편도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먹는 느낌이다. 과거에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조사받을 위기에 있는 독자들은 훨씬 집중력이 높아질 것 같다. '그 때 이렇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오히려 불리하겠구나'. 그만큼 현장감이 있다.

 

2편중에 기초적인 조사기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처지를 안타까워 해주고 편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본성도 조사기법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니 놀랍다 못해 두려운 느낌이다.

 

책 본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혐의자가 범행에 대한 도덕적 심각성을 완화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같이 제시하여 혐의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같은 행동을 하였을 것이라고 말하여 심적 위안을 주거나 다른 사람(피해자, 공범 등)을 비난함으로써 피의자를 동정한다. 혐의자가 부인을 하면 자기확신이 강화되므로 혐의를 부인하려 하면 말을 끊으며 혐의자를 침묵하도록 한다. 이는 혐의자의 자신감을 낮추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변호인에게 질문하는 것도 막아진다'.

 

3편으로 들어가면서는 당장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지면서 흥미가 배가된다. CCTV에 녹음기능을 설치하면 위법이라고? 아하, 그래서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보지 못했구나! 해외여행 갈 때 외화에 원화도 합산해서 신고해야 되네! 언젠가 실손보험 있다고 의사가 과잉진료 권했었는데 보험사기에 해당되는 거였네! 좋은 정보를 듣고 무턱대고 주식을 샀다간 미공개정보 이용,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되어 패가망신할 수도 있겠네! 책을 읽으면서 연신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른 책들과 함께 틈틈이 읽은 이유도 있겠지만 기자가 이 책을 완독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전공서적 느낌의 1편에 대부분의 시간 소요).

 

기자는 이 책의 구성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평범한 일반인들이 알아두면 정말 좋을 내용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편에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내세우다 보니 서점에서 선뜻 책을 집기도 어려울 것이고, 또 이 책을 구입했다 해도 정작 도움이 되는 2편과 3편의 내용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할까 싶어서다. 혹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2편과 3편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과거 선비의 나라로 불리웠던 때가 무색해질 정도로 점점 각박해지고 툭하면 고소와 고발을 일삼는 세태라 이제는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범죄 발생 건수는 2018년 158만건, 2019년 161만건, 2020년 158만건으로 매년 거의 유사하지만 유독 고소, 고발, 진정과 투서로 인해 수사에 착수하는 건수만은 계속 증가(2018년 46만건→2019년 49만건→2020년 52만건)한다. 더군다나 행정조사기관인 금감원, 공정위, 감사원의 권한과 역할도 점점 커지면서 평범한 우리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불편해지는 세상에 마침 이 책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반갑다. 이 책은 평범한 일반인이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칠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소설이나 수필처럼 편안하고 흥미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바보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평상시 당신의 행동과 태도를 교정해주고, 또 어려운 상황이 실제로 닥쳤을 때 막막한 당신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저렴한 가격에 재해보험 하나 드는 기분으로 꼭 시간 내어 완독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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