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관련 부처에 '이태원 사고' 협조 공문 보내
보낼 당시, '사고냐 참사냐' 두고 정치권 논쟁 일어
국가기록원 "통용되는 용어 사용했을 뿐, 정치적 의도 없었다"
국가 기록관리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물을 '이태원 사고'로 분류해 생산·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이태원 사고 관련 기록물의 관리 철저 협조 요청' 공문 등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은 지난 2일 국무조정실장,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 17개 시·도지사 및 교육감 등에게 관련 기록물 생산·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가기록원은 공공기관에서 30년 이상 보존가치를 가진 기록물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기록원은 ▲사고발생, 대응, 수습 등 전 과정 기록화 ▲전자기록생산시스템에 생산된 기록물 반드시 등록 ▲기록물이 훼손 또는 분실되지 않도록 관리 등을 주문했다.
특히, 기록물 등록 시 해당 단위과제 하위 단위과제카드 명에 '이태원 사고'를 포함한 단위과제카드를 신설해 기록물을 분류·편철하라고 협조를 구했다.
기록원이 공문을 발송한 2일은 이번 참사를 규정하는 명칭과 합동분향소의 명칭 등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때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발생 다음 날인 10월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복판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고 했으나 이후 행정안전부는 지역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식 명칭으로 '참사' 대신 '사고'를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엔 사고(事故)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뜻하고 참사(慘死)는 '비참하게 죽음'이란 뜻으로 후자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사고 다음 날 열린 지도부 공개 발언에서 모두 '참사'란 표현을 쓰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했다.
더욱이 인명 피해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경찰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연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정부와 방재 당국의 사전 예방과 대응 미흡으로 인한 '참사'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측은 공문을 보낼 당시 통용되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메트로신문> 과의 통화에서 "매뉴얼이나 지침에 따라 (이태원 사고라고)한 것은 아니고 그 시점에 사용되고 있는 명칭을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트로신문>
그러면서 "기록을 잘 남기자는 취지에서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며 "(추후에) 명칭이 바뀌면 바뀐 형태로 다루기 떄문에 추가 공문이 나가든가 변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박근혜 정부는 사고와 참사라는 용어를 섞어 사용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서 '세월호 사고'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건기록물 301건, 철기록물 74건이 검색되는 데 반해, '세월호 참사'로 검색할 경우 건기록물 2645건, 철기록물 482건이 검색된다.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제가 기억하기론 (참사 당시) 초기엔 사고로 나왔던 것 같은데 나중에 국정조사와 4·16세월호참사특위, 사회적 참사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바뀌었던 것 같다"며 "(이태원 참사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변화가 될 지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도 통화에서 "결국은 인재이고 참사다.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를 당한 희생인데 정부 차원에서 지방 정부에 참사를 사고로 표현하는 것,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는 것, 근조와 추모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전부 다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내용들이라서 옳지 못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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