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CU의 점주 김명자씨는 지난 주 편의점에서 쓸 비닐봉투를 수백장 구매했다. 지난달 1일부터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한 후 꾸준히 매주 사고 있다. 김씨는 "비닐봉투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고객이 거의 없다. 지난 달 안내하던 아르바이트 생 한 명은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가 화가 난 고객이 침을 뱉어 얼굴에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제도 홍보에 소극적이면서 힘 없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부 떠넘기고 있다"며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일회용 봉투 전면 사용 금지가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갖기로 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계속 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확대 시행에 따른 보도자료를 내면서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밀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부 품목은 1년 동안 계도 기간을 둔다고 알렸다.
편의점 업계는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을 해왔다. 모든 편의점 기업이 10월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고 비닐봉투 발주 중단에 들어갔고 종이봉투, 종량제봉투, 다회용 봉투 등을 도입해 기존 비닐봉투를 대체하고자 했다.
대체재로 제시된 종이봉투는 100~250원, 종량제 봉투는 서울·20L 기준 490원, 다회용 봉투 500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CU는 지난해 PLA 생분해성 봉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친환경 인증을 받고 점포 도입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다회용 쇼핑백과 종이 봉투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본부 측에서 할 수 있는 대응으로는 최대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편의점 점포 내 안내문을 비치하고 점주들에게 충분히 협조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반응은 사뭇 다르다. 편의점 점주들이 대거 가입한 커뮤니티에서는 지난달부터 비닐봉투 발주가 중단된 점포 점주들의 염려와 현장 혼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편의점 점주들이 대거 활동 중인 네이버 소상공인 카페에 글을 올린 한 편의점 점주는 지난달 10일 발주 중단 소식을 알리면서 "(비닐봉투를) 돈 받고 판대도 그냥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아예 없다고 하면 어떨지 눈에 뻔히 보인다"고 썼다. 댓글에는 다른 점주들의 공감이 이어졌는데 한 점주는 "우리는 20리터 종량제 봉투가 제일 작은데 맥주 4캔 사는 사람에겐 너무 큰 것 같다"고 쓰기도 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지난달부터 SNS와 커뮤니티에는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받지 못 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지난달 18일 재테크 카페에 글을 쓴 한 회원은 "편의점 봉투 없으면 뭐 들고 다녀야할지, 대체가 필요한데 매번 장바구니를 들고다닐 수도 없다"며 "맥주 네캔 사오는 재미가 있었는데 날도 추워지는 데 손에 들고와야겠다"고 글을 썼다.
편의점 비닐봉투 판매 중단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반응은 대체재 없이 막무가내 식이라는 반응이다.
유통업계 내 분위기도 현장의 혼란에 대한 염려가 크다. 특히 이미 비닐봉투 판매를 중단한 마트업계서는 현장 혼란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마트 내 비닐봉투 판매 금지 때는 종량제 봉투로 자연스럽게 대체가 가능했는데, 그건 마트가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는 곳이어서 종량제 봉투 또한 생필품의 하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객으로서나 업계인으로서나 생필품을 소량 구매하러 가는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를 당연하게 구입할 사람이 많을지 의문이고, 특히 관광지 일대에선 혼란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계상혁 전국폄의점가맹점협회장도 "언제든지 종량제 봉투를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손잡이가 달린 저용량 종량제 봉투를 만드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GS리테일은 생분해성 수지 제조업체에 친환경 비닐봉투 신규 생산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다음 주 이후 GS25에서는 비닐봉투를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GS리테일 측에서는 "종이 쇼핑백 등 대체품을 기본으로 하고 친환경 비닐봉투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혼선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재발주 방향성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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