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인상,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흥국생명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 등으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여러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고강도 긴축기조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4bp 상승한 5.02%로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3.97%)보다 105bp(1bp=0.01%포인트) 높았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지난 9월 30일(3bp)에 비해 한 달여 만에 35배 뛴 수준이다.
이같은 CP와 CD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코로나19 사태로 단기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졌던 2020년 4월 9일(105bp) 이후 최대 격차이다.
통상 CP와 CD 금리는 기업과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낸다. CP와 CD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은행의 신용도에 비해 기업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CP-CD 스프레드의 격차는 지난달 25일 52bp 27일 61bp에 이어 이달 1일 70bp, 3일 87bp, 4일 91bp로 계속 확대됐다.
CP의 주요 자금 출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급감해 CP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 스프레드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 7일 기준 개인 MMF 설정액은 15조9885억원으로, 금투협이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로 지난달 7일 기준 설정액(17조4375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무려 1조4490억원이 빠졌다.
자금 경색, 은행의 예·적금 금리 상승 등에 따라 MMF 자금이 은행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1일 자금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증권사들이 조성한 자체 기금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자금 경색의 원인이 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매입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한국투자·NH투자·KB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들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이달 중 중소형 증권사의 ABCP를 본격적으로 매입한다. 또한 산업은행은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중 2조원을 지난달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한 데 이어 ABCP 매입까지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안정화 대책에도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으로 CP 금리의 상승세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을 전망이어서 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 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는 강한 편이지만 여전히 신용시장 불안 심리는 쉽게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글로벌 긴축 우려도 상존하고 있어 CP 3개월물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통화정책 변화, 그 중심에는 크레딧 시장이 있고 금리 인상이 계속될수록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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