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 탑승을 거부한 것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기보다는 MBC란 주류 매체에 그동안 주어졌던 '취재 특혜'를 침해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물론, 이유를 불문하고 특정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자의적 판단으로 누구에겐 자리를 주고, 누구에겐 자리를 뺏고 하는 건 공직자들의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더라도 제반 비용은 해당 언론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공짜로 얻어타는 것이 아니며, 본인들에게 불편한 편향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특정 언론사를 콕 집어서 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치졸하기도 하고 좀스럽기까지 하다. 시쳇말로 '뒤끝작렬'이기도 하고, MBC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언론사들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번 일을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대통령의 순방을 취재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위 말하는 '중앙기자단'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기자단에 끼지 못한 상당수의 비주류 매체들은 그런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부처와 기관, 심지어 대한상공회의 같은 경제단체들은 기자단이란 것을 운영한다. 기자단이란 정부 부처나 기관, 단체 등을 같이 취재하는 기자들이 만든 임의의 단체다. 과거 일본에서 기자단을 운영했는데, 일제시대를 거쳐 우리나라에도 정착한 일종의 취재 관행이다.
기자단을 운영하면 기자들이나 정부 기관들은 서로 편하다. 의사소통도 쉽고 서로 협력해 보다 효율적으로 정부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파할 수 있다. 단, 해당 기자단에 가입돼 있는 기자들, 매체들에 한해서다.
현재 대통령실에는 주류매체, 지방언론, 기타 매체 등에서 기자들을 보내 취재를 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주류매체든 기타 매체든 모두 각자 부담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핵심 업무를 취재하는 기회는 주류매체에만 제공된다.
이번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도 기타 매체는 취재기회가 처음부터 배제됐다. MBC와 일부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국민의 알권리는 이들 언론 스스로 침해해왔던 것이다. 그들 스스로 기자단을 만들고,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해 그들끼리 취재와 보도를 하면서 기타 매체들에겐 취재의 기회도 주지 않아왔다.
기타 매체들은 주류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그들 눈밖에 나지 않도록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렇게 기자단이란 조직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본인들만 정보제공을 독점하겠다는 의도 이외는 아무 것도 아니다.
MBC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손해 볼 게 별로 없다. 마치 백년전쟁에서 위기의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처럼 MBC는 '반(反) 윤석열 전쟁'의 순교자가 됐다. '정부의 탄압을 받지만 이에 맞서고 있는 언론사'라는 명예도 얻었다.
하지만 지금도 주류 언론사들로부터 알 권리를 배척 당하며 취재 현장에 있는 '어둠의 자식들'에게도 취재 권리를 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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