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데 여야 정치권은 공감한다. 윤석열 정부 내년도 예산안도 경제 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여야는 정치 이슈뿐 아니라 민생예산을 다루는 소위원회에서도 곳곳에서 정쟁을 벌이며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올해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물론, 여야는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심의하며, 경제 위기 극복 관련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발표한 예산안 심사 방향에서 국민 삶과 밀접한 예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장바구니 소득공제 100만원 ▲장바구니 물가 안정(수산물 비축, 전통시장 할인행사,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등 589억원 증액) ▲지하철-시내버스 통합정기권 신설(119억원 증액) ▲4대 민생 침해 범죄 근절(123억원 증액) ▲소아·청소년 희귀질환 권역별 전문기관, 희귀난치성 질환 전문요양병원 신설, 비급여 신약 의료지 지원(345억원 증액)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부가 전액 삭감한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을 7050억원 늘리는 한편 ▲119 구급대 지원(53억원 증액) ▲기초연금 단계적 인상(1.6조원 증액) ▲청년 지원(1862억원 증액) ▲중소기업·소상공인·취약차주 지원(1조2797억원 증액) 등 국민 삶과 밀접한 것은 챙겨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미경 심사' 민주…尹 국정과제 예산 대폭 감액
하지만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관련 예산을 두고 여야 입장은 달랐다. 민주당은 권력기관(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검찰청)을 포함해 정부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 이른바 '초부자 감세'도 막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감액'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에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대표적인 게 용산공원 조성 지원 303억원 전액 삭감이다. 청와대 개방 및 활용 관련 예산 59억5000만원도 삭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정부가 신설한 경찰국 예산 6억300만원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지역 화폐 예산 7050억원을 증액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청와대 활용 관련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영빈관 신축 관련 예산 497억원을 요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부 국정과제 관련 예산 감액을 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예산 칼질을 통한 대선 불복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 보도와 상임위 현황에 따르면 윤 대통령 공약이나 정부 주요과제 관련 예산은 무려 1000억원이 넘게 감액되거나 감액 대상에 포함된 반면, 이재명 대표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은 3조4000억원 가량 증액되거나 증액이 추진되고 있다"며 "국민 뜻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섰으면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고 새 정부의 성공,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쟁점 갈등에…초유의 '준예산' 사태 가능성도
내년도 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심화돼 법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처리 시한(매년 12월 2일)은 지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수 석인 민주당이 예산안을 부결시키면, 정부는 새로운 예산안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나온다. 국회가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다. 쟁점 예산을 두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에서 준예산까지 편성하게 되는 것이다.
준예산은 헌법 제54조 3항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 목적의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따라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 데 따라 정부가 편성할 수 있다.
다만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시설의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에 한정된다. 즉, 정부 기관 운영이나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추진된 사업들에 한정해 예산을 편성해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선 당시 공약 사업 예산은 증액하고, 윤석열 정부 관련 예산은 삭감하는 데 대해 '예산 테러'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처럼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예견되는 가운데, 여야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 1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이날도 여야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해당 사업 예산 심사를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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