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형 일자리 줄이고 서비스·시장형 일자리 늘리는 기조 선회
경제 침체, 노인 빈곤 심각 상황 속 입장 바꾼 듯
#서울 종로 서촌에 사는 이 모(85) 할머니는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구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근로가 끝나고 나선 수레를 끌고 서촌 바닥을 뒤져 폐지를 줍는다. 얼마전까지 치킨집에서 닭을 다듬으며 용돈을 벌었지만 몸이 힘들어 그만뒀다. 이 할머니는 기초연금 30만원과 공공근로비, 폐지 판매금으로 한달을 버텨야 한다.
노인 일자리의 70%를 차지하는 공공형 일자리의 숫자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달려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인 일자리 관련 단순 노무직인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서비스·시장형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최종 공급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형↓, 서비스·시장형 ↑ 기조
정부의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60만8000개 수준의 공공형 일자리는 약 10%(6만1000개) 줄은 54만7000개다. 대신 정부는 교육 시설 학습 보조 지원, 공공행정 업무지원 등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7만개에서 8만 5000개로 1만5000개 늘렸다.
또한, 시장형 사업단·취업 알선형·시니어 인턴십 등 시장형 일자리는 16만7000개에서 19만개로 2만3000개 늘렸다. 노인 일자리 예산도 올해 1조4584억원에서 내년도 1조5304억원으로 720억원 늘렸다.
하지만 공공형 일자리 예산은 922억원 줄었다. 공공형 일자리는 월평균 30시간을 일하고 11개월 동안 월에 27만원을 받는다. 사회서비스형은 월평균 60시간을 일하고 10개월 동안 59만4000원의 급여를 받는다. 시장형 일자리는 참여 노인, 알선 수행기관, 기업에 사업비나 인건비를 지급한다.
해당 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예산안 설명 자료에서 "다양한 근로욕구를 가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맞춤형 사회서비스·시장형 노인일자리를 확대해 베이비붐 세대 근로를 지원한다"고 편성 이유를 밝혔다.
◆현장에선 "공공형 일자리 필요" 목소리
반면, 공공형 일자리 축소 계획에 대해 야당과 노인 단체들은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4일 공공형 일자리 예산 삭감을 두고 "예산을 줄이면 그분들은 폐지를 주우러 길거리로 나서야 된다. 이것은 '패륜 예산'"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지난 9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형 일자리 확대는 환영하나 공공형 일자리 축소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에서 저소득층 등 어르신들이 민간 취업이 힘들어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지적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부분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노인 일자리수는 양질의 형태로 바꾸면서 숫자로는 2만9000개 늘었고 예산도 총 720억원정도 증액했다"면서 "그동안 노인빈곤율 개선 효과가 적었던 단순노무형 공공일자리 부분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빈곤 심각·노인 표심
이같은 입장 선회 배경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노인 빈곤'과 정부여당의 강력한 지지층인 노인들의 표심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순위에서 최하위인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빈곤이 '노인의 빈곤'이란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이며 한국을 제외한 평균은 13.1%였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을 인상하자고 공통으로 공약했지만, 보편적으로 연금액을 증액하자는 입장과 지급 대상을 줄이고 연금액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입장 사이 간극을 좁히고 있지 못하다. 이에 더해, 노인 빈곤층의 주요 생계 수단인 공공형 일자리를 6만1000개 삭감하는 것은 정부여당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인 노인 일자리 규모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노인 일자리 관련 예산을 정부안보다 10만 개 늘리는 것을 중심으로 1611억원을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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