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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왜 시민은 참사에 죄책감을 가질까

지난달 31일 오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어두운 낯빛의 한 중년 남성이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낸 뒤 한 개비를 들어 올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는 소주병 위에 가로로 담뱃대를 올려놓고 두 번 절했다. 추모를 마친 이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왔다던 그는 미처 더 말을 걸 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걸까. 역 앞에는 "더 많이 더 즐기고, 더 꿈을 꾸고, 더 사랑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더 맘껏, 더 자유롭게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같이 있어 드리고,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이상 아프지 말아 주세요", "용기가 없어서 못 도와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인데도 모든 게 제 잘못인 양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평범한 시민들이 서울시 책임자들보다 더 가슴아파하는 모습이 눈에 띌까. 참사가 벌어지던 때 서울시의 재난 최고책임자 오세훈 시장은 9박11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중이었다. 유럽에 뭘 하러 갔을까.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낸 보도자료에서 "오세훈 시장은 이번 출장에서 혁신적인 도시건축 시스템부터 수변·생태가 어우러진 도심 개발, 문화예술·스포츠, 뷰티·바이오 산업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멋스러운 도시, 세계인이 살고 싶고 찾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정책 구상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방의 목표뿐 아니라 성과도 불분명했다. 출장 기간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오세훈 시장은 세계 정원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쇼몽 국제 가든 페스티벌'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정원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서울정원박람회'를 세계적인 수준의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오 시장은 리브고슈 지역에서 철도 상부에 인공지반을 조성해 철도로 단절된 주변 낙후지역을 입체 복합개발한 현장을 둘러보고 철도 등 기반시설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도심 내 저이용부지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오 시장은 '필하모니 드 파리'를 방문, 현장을 집중적으로 돌아보며 세종문화회관 새단장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 모색했다"고 쓰여 있다.

 

서울을 위한 원대한 정책 구상에 바쁜 시간을 보냈음이 읽혀진다. 그런데 그 시간쯤 후진적 재난을 겪은 서울의 시민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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