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종합부동산세 납부시기가 돌아왔다. 종부세는 더 이상 부유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전국 주택 보유자의 약 8%. 숫자로 따지면 약 130만명이 된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 부유세로써 종부세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서울만 놓고 봐도 약 60만명이 종부세를 내게 되었으니 주택 소유자 약 4명 중 1명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된 것이다.
종부세를 내는 1가구 1주택자도 작년 15만3000명에서 올해 23만명으로 약 50%가 늘어났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1주택자의 종부세만큼은 완화하자고 약속했으나, 막상 8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1주택자 종부세 공제 심사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태도를 바꾸어 '부자감세'를 이유로 법안 처리를 거부했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가진 것도 '가진 자'라고 한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시가격이 약 15억원인 성수동 84㎡ 아파트 한 채의 종부세는 2020년 54만원에서 지난해 88만원으로 올랐고, 올해 다시 12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9월 정부가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에서 60%로 내렸음에도 연초에 대폭 오른 공시지가를 꺾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의 집값 상승을 고려하여 공시가격을 올렸다고는 하지만, 1년에 한번 정하는 공시가격을 부동산 최고조기에 맞추어 올린 탓에, 하락기인 요즘 실거래가보다도 더 높아진 경우도 많다. 세제의 도입취지나 계층 간 형평성은 차치하더라도, 자산가치가 내려갔는데도 오히려 세금을 더 내라는 듯한 기현상을 일반 납세자들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인상에 따른 지나친 세부담을 조정하기위해 추가 공청회를 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차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1년 정도 유예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은 뒤, 불과 한달이 안 되어 다시 공시가격을 하향조정하는 등 이를 뛰어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로써 집값 등락을 떠나 일단 내년에는 세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공동명의로 주택을 소유할 경우 각각 집을 소유한 셈이 된다. 즉 남편 1주택, 부인 1주택으로 인당 6억원씩 총 12억원 공제가 가능한 것이다. 즉 단독명의 1세대 1주택, 공동명의 1세대 1주택 중 본인에게 유리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단독명의일 경우 총 공제 금액은 11억원으로 1억원 줄어들지만 그 대신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므로, 본인의 나이(연령공제), 보유기간 공제를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내년 부동산 시장의 낙폭은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우선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는 물론 2024년 상반기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이자부담이 주택마련의 걸림돌이 되고 상업용 부동산도 체감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통상, 부동산 정책은 발표한 뒤에도 1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을 발의하고 다툼 끝에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사람들 인식이 변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길 수도 있다.
고점에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들었던 세법이 1년만에 필요가 없어지고 나서 뒤늦게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부동산만큼은 다른 분야보다도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정책도 결국은 한발 늦게 될까? 예측만 할 수 있다면 늦는 것은 상관없다. 어쨌든 돌고 돌아야 할 돈은 이자 명목으로 은행에 들어가고, 부동산 구입을 미뤄서 굳은 돈도 은행에 쌓이고 있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