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가 많은 희생자를 낸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두고 잔인한 격론이 붙곤 한다.
참사가 일어난 후 가장 먼저 충돌이 일어났던 지점은 명칭이었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인파가 몰려 158명이 압사한 것을 두고, 정부는 '사고'로, 언론과 야당은 '참사'로 표현했다. 참사로 부르는 이들 사이에도 참사 앞에 지역 명칭인 '이태원'을 붙이는 것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지역혐오와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인터넷 댓글창에서 주로 희생자들을 야유하는 이유는 '인파가 몰릴 줄 알았으면서 이태원에 대체 왜 갔나'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사전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터져나온 시민들의 구조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은 경찰 등 전반적인 '행정 부재'는 건너뛰는 거친 말이었다.
누구나 이태원에 갈 자유가 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배우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22일 KBS뉴스 인터뷰에 출연해 아직도 집 현관 밖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면 아들이 오는 것 느낌에 환청에 시달린다고 했다.
조 씨는 참사의 원인으로 이태원의 간 희생자 탓을 하는 악성 댓글에 대해 "이태원에 그러면 놀러 가지 공부하러 가는가. 초등학생은 소풍을 가고, 중·고등학생은 수학여행을 가고,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우리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가고 모두 다 갈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다 큰 성인을 잡아야 하나.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이런 일을 당하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뒤를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우리 사회가 이 땅에 자라는 후손들에게 이와 유사한 일을 겪지 않게 참사를 기억하자는 본질이 어그러지는 것은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지난한 시간을 겪으며 목격한 바 있다. 158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정부에서 어떤 책임 있는 고위직도 물러나지 않고, 정치권에서 여야가 국정조사 실시 여부 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참사의 기억법도 쉽게 마련되지 않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치책이 마련돼 유가족의 짐을 덜어줬으면 한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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