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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혁신·효율에 부는 칼바람, 유통기업 흔드는 '노사갈등'

SSG닷컴·롯데마트 등 물류센터 대규모 확장 후 효율화 과정에서 인력감축 발생
노조 측 "물류센터 온라인 배송 업무 위해 든 비용 최소 4000만원… 온라인 배송산업 내 표준계약서 필요"
전문가들 "기술 발전, 기업 경영 과정서 필연적인 문제지만 정부 대처 빠져…노사정 협의 필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온라인 배송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유통산업 내 배송 경쟁 결과와 첨단 기술 도입은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유통가 곳곳에서 노동조합과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 효율화 또는 신기술 도입을 통한 혁신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이루어지면서 노사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대부분 빠른 속도로 변하는 유통 환경과 기술발전 속에서 필연적인 일인 경우가 많아 기업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노사간 갈등이 잦은 부문은 물류/배송 분야다. 팬데믹을 거치며 e커머스 업계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오픈마켓에서 직배송으로 변한 e커머스들은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초대형 물류센터와 배송·배달기사를 확충했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고용이 일어났다. 그러나 기술 개발 발전 속도도 가속화돼 물류센터의 통폐합과 기술 도입을 통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SSG닷컴은 지난 10월 말 사천·상주·보령·안산TR·양산TR 등 5개 점포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에 내달 계약해지를 통보해 노조의 거센 반발을 맞닥뜨렸다.

 

롯데는 좀 더 복잡하다. 지난 4월 롯데온을 통한 새벽배송을 중단했고, 7월에는 2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바로배송'을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100대 이상 차량에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 이어 4개월 만인 지난 1일, 영국 리테일 테크 솔루션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소싱 통합 등을 단행하며 그로서리 역량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계약해지와 신규계약이 반복됐다.

 

17일 서울 강남구 SSG닷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는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표준계약서 제정을 촉구했다. SSG닷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다양한 온라인 배송주체로부터 발생하는 일인 만큼, 표준계약서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는 28일에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근본적 개선을 위한 고용보장 표준계약서 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실적이 악화하자 곧바로 차량 감축에 들어갔는데, 이는 을(乙) 위치일 수밖에 없는 배송 노동자들에게 매출부진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해고도 당면한 과제다. 앞서 롯데가 손잡은 오카도는 배송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 점유율 13.3%를 확보한 3위 기업이다. 오카도의 직원 수는 1만8600만 명 수준이다. 1위 기업 테스코 직원 수 31만 명의 5%에 불과하다.

 

최첨단 통합 솔류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는 자체 개발한 로봇과 AI(인공지능), 빅데이터로 집대성돼 인간의 3배 이상 효율을 낸다. 오카도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물류센터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1명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200개에 불과하지만 오카도 솔루션에서는 로봇 한 대가 700개 물품을 처리한다. 이처럼 첨단 시스템이 도입되면 대규모 인력감축은 필연적이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가 분류되는 모습. 물류센터에 적용 되는 최첨단 기술들은 필요한 절대적 인적노동자 수를 계속 줄이고 있다. 과거 입고부터 출고, 재고조사까지 수동으로 이루어진 과정 대다수가 첨단 기술로 대채됐다. /뉴시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업이 부진하면이를 축소하고, 신기술이 나타나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명예퇴직 등 제도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와의 계약 방식에 따라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왕왕 있다. 이번 배송차량 해지 또한 유통기업은 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운수업체와 계약을 하고, 운수업체는 또 배송기사들과 계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 측에서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마트노조는 "노동자들이 경영 효율화나 기술 혁신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필요한 사안으로 꼽히는 요소는 ▲산업 변화와 발전에 따른 노사 갈등에 대해 정부 개입 ▲산별교섭 ▲직업훈련제도 마련 등이다.

 

지난해 20대 대선 의제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했던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노사 갈등에 정부의 역할이 부재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복지제도의 압축적인 발전 속에서 정부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유권자들의 일상 복지서비스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노동 권리나 일자리 질 개선에 대한 논의는 게을렀다"며 "디지털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는 고객과 자본의 동맹이 이뤄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가 밀리는 현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노사 갈등을 1개 기업과 1개 노조간 문제가 아닌 산업군과 종사자의 개념에서 바라봐야한다고 밝혔다. 표준화된 규범이 없을 때 기업 간 경쟁은 심화되고 결국 하향 경쟁이 이루어져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권 악화로 인한 노동효율 부재,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따른 경영부실 등 '사회적 덤핑'이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기술 변화 대비를 위한 노사 간 능동적인 활동 또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로 제시한다. 미국 전미식품상업노동조합(UFCW)는 기술 변화로 인한 직무전환을 대비해 자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훈련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하는데, 이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서 가능하다. 독일은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기술변동에 따른 조직 변화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노사가 함께 고민해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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