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는 예로부터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알려져 왔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일대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난류성 어종에 속하는 전어 어장이 일찍 형성되었다. 전어는 가을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좋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가을전어'로 알려져 왔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어의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전어에는 지방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가을 전어는 회감으로도 좋지만 구울 때 생선기름(fish oil)에서 기인하는 고소한 냄새 때문으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말조차 무색하게 되었다. 유류비,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고 가을전어의 어획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어는 전체 생선 중에서 멸치와 함께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고(高)물가 시대에 서민들이 즐기기에 걸맞은 어종이었지만, 조업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높지 않다고 한다. 한번 출항시 많은 양을 잡아 오는데, 선도유지가 중요해서 미리 유통업체와 판매 계약을 해 놓지 않으면 폐기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햇전어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어 조업을 포기하는 중소 수산업 종사자는 늘어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유류비, 인건비마저 증가하여 전어 대신 다른 어종으로 어획을 대체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남도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가을이 아닌 한여름부터 전어 시즌이 시작된다. 8월이 되면 여수 소호동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유리문에 '하모 유비끼(갯장어 샤브샤브) 개시'와 함께 '전어회, 전어구이, 전어무침 합니다'란 형형색색의 광고문으로 나붙는다.
사실, 전어는 십수년 전만 해도 어촌 마을 선창가에 가면 배에서 한 바가지 가득 줄 정도로 싼 생선이었다. 그러나 그건 다른 고급 어종이 많이 어획되었던 때의 인심이고, TV 방송 매체 등에서 먹거리 기행에 전어가 소개된 이후로 일반인들은 정식 횟감이 아닌 잡어를 싼 맛에, 특별한 맛에 먹기 시작했으니 이젠 한 철의 대표적인 횟감 생선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였다.
전어는 가을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 지기 때문에 비늘만 벗기고 뼈 채 두툼하게 썰어낸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하였으며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쓰여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간한 어류도감에 따르면 "전어는 태평양 서부(한국, 일본, 중국, 동중국해, 대만, 홍콩)지역에 분포하고 서식지역은 내만성이 강한 어종이 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구성하는 성분인 DHA 및 EPA가 뇌세포 활성화를 도와주고, 뇌혈관 개선에도 큰 도움을 주어 뇌를 건강하게 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혈압을 조절해주고 DHA성분은 인지능력 및 기억력, 집중력 등 뇌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칼륨은 혈관 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관건강에 효과적이다. 한편 비타민E는 항산화작용을 함으로서 신진대사 및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세포재생에 도움을 줌으로써 노화를 예방한다.
이러한 전어의 고소한 풍미와 치유효과를 만끽하려면 이제는 가을까지 기다리기보다 훨씬 부지런해야 할 것이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