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多摩)시는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30㎞ 가량 떨어진 인구 20만 명의 신도시이다. 이곳은 1970년대 사실상 도쿄의 인구분산만을 목적으로 조성된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었다.
타마시는 일본의 고도성장기 동안 나름의 역할을 다했지만, 지금은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상점거리에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접골원과 개인병원 몇 곳이 문을 열어놓고 있을 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일부 상가는 이미 십수년째 임차인을 들이지 못한 곳도 많다. 그래도 이곳에 거주하는 고령의 주민들은 생필품을 파는 트럭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이 지역의 공동주택 가격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이미 집값이라고 볼수도 없는 정도다.
일본은 1960년대 이후 대도시 인구집중을 분산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에 50여개 신도시를 조성했고 태평양전쟁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소위 단카이(團塊)세대들이 대거 이주해 살게 되었다. 그들이 70대가 된 지금은, 전국적인 인구감소와 더불어서 대부분의 신도시들이 도시소멸의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한다.
한때 일본은 신도시 소멸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대도시 내 대형상업시설 설립을 제한하는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을 시행했다. 도시상업시설을 최대한 외곽지역으로 유도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후 수년만에 이 법을 반대로 바꾸어 오히려 도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 설립을 규제하게 되었다. 신도시를 되살리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대도시에라도 효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의 젊은이들은 다시 도쿄로 되돌아갔고, 텅 빈 신도시들은 그보다 더 시골동네의 인구를 흡수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
일본보다 인구감소가 빠른 국내 현황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시장의 대세가 엄연히 정해져 있음에도 한국은 인구 성장기에나 적합할 개발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 뼈아픈 점은 최근의 그 짧고 강렬한 부동산 폭등기 직전까지 우리도 물량공급이 아닌,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던 참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신도시의 침체를 예견하여 주택 공급을 줄이고 인프라 개선에 중점을 두었음에도 현재의 위기를 겪는데, 우리 신도시의 어떻게 될까.
서울의 경제에 의존하는 베드타운이 아니라 자급자족이 가능한지가 그 신도시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 예가 동탄, 광교, 판교등 2기 신도시이다. 이들 신도시는 개발 초기부터 일본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IT 산업을 기반으로 한 성장동력을 마련했기 때문에 서울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그러나 김포, 파주·운정, 양주, 검단, 배곶 등은 상황이 다르다. 결국 사람은 상권보다는 일자리를 따라서 이동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비로소 주거도 상권도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일자리는 지방의 정부기관이나 어중간한 회사 몇 개로는 안된다. 수만명이 멈추지 않고 북적일 수 있는 핵심산업이 필요한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조차도 기업유치가 쉽지 않은데 외곽의 도시들은 더욱 어려워진다. 일자리 없이는 GTX 호재도 어디까지나 베드타운으로서의 편의성일 뿐이다.
인구가 줄면 그 줄어든 인구는 더욱 한 곳에 모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의 층고제한 등의 규제완화는 대도시의 효율성을 따졌을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서울의 규제완화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는 인한 신도시의 소멸이다. 이는 부동산 비관론도 낙관론도 아닌, 그저 도시 지형의 불가피한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부동산 열기가 꺾인 지금 우리도 투자의 방향성을 다시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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