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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부끄러움조차 없던 한해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는 뜻을 지닌 고사성어 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늘 듣게 되는 표현이다. 식상하지만 지난날의 상념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기엔 저 네 글자만 한 것이 없다.

 

수천만이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느 해건 일없이 지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그렇다. 국내만 해도 다양한 이슈들로 넘쳐났다. 우선 대선이 치러졌다. 대통령이 바뀌었다. 전국지방동시선거도 있었다.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한국도 이제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국이 됐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극적인 장면도 나왔다.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불거져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는 온 국민을 슬픔에 젖게 했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는 지금도 세계인들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상승과 성장률 둔화,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소통과 대화가 실종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 양극화의 심화, 연금 및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등은 여전히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이다.

 

이처럼 올 한해도 우리네 삶은 버거웠다. 연이은 북(北)의 도발과 기후변화는 다가올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미술계는 어떠했을까. 결론적으론 사건·사고로 얼룩진 사회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엔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내내 바람 잘 날 없었다. '갑질 논란'에서부터 전문성 부족에 따른 전시 오류, 허술한 작품 관리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중 '갑질 논란'은 1월에 불거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른바 내부 '갑질'과 부당 인사를 고발하는 성명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파장이 일었다.

 

윤범모 관장 취임 이후 빈번하게 발생한 전시 오류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6월 과천관에서 개막한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는 채색화와 민화를 동일시해 '미술사 왜곡', '엉터리 전시'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8월 '이건희컬렉션' 이중섭 전시에는 작품 '아버지와 두 아들'을 두어 달 가까이 거꾸로 걸어놓아 전문성 논란을 자초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에도 진·위작 의혹 및 복제본 전시로 공신력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작품 관리 또한 부실했다. '한국 채색화 특별전'에선 최장 6개월 이상 전시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상범의 '무릉도원'을 1년 넘게 공개해 입길에 올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공원에 설치된 일부 조각 작품 역시 관리 미흡으로 빈축을 샀다.

 

서울문화재단의 개념 없는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3월 재단은 창립 18주년을 맞아 유인촌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과거 재단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촬영한 광고 출연료 2억7000만원을 기부금으로 기탁하며 문화예술계를 지원해온 '선행'을 근거로 삼았다. 이창기 재단 대표는 홍보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을 운운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시절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은 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킨 장본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역사는 그를 '숙청활극'의 주인공으로, '코드'라는 형태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의혹 인물로 기록한다. 한겨레신문은 2008년 3월 19일자 사설에서 '정권의 칼잡이', '정치권력의 망나니'라고 썼다. 그런 그에게 서울문화재단은 '특별'하다며 '공로상'을 줬다. 부끄러움조차 내팽개친 시상이었다.

 

이외에도 2022년 미술계는 분주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청와대를 전시 중심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문체부의 방안에 반색과 반대가 부딪혔으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예술감독 재선정과 해촉 논의 등 전시가 열리기도 전부터 말썽을 빚었다.

 

국내에선 부산비엔날레, 강원트리엔날레 등 여러 국제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프랜차이즈 아트페어인 영국의 프리즈가 국내에 처음 상륙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미술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내다보게 됐다. NFT 등 블록체인 기반 작가와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지나치게 우려먹는 인상이 짙지만 국공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해 매달 주목할 만한 전시도 줄지어 열렸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 순방 중 벌어진 한미회담 후 욕설 논란에 이은 국민의힘의 MBC 고발 사건, 고등학생이 그린 카툰 '윤석열차'를 전시한 기관에 '엄중 경고'한 문체부가 대표적이다. 언론 통제와 검열 및 블랙리스트의 재발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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