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가 겨울 나기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특수가 끝나고 대내외적 악재에 휘말리면서 장기적인 불황을 피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당장 생존조차 어려워진 상황, '진짜 실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숙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양대 가전 양판업체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올해 가전을 비롯한 IT 시장 수요가 크게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적자 늪에 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3분기 누적 영업적자가 72억원으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던 전년과 비교해 심각한 하락을 겪었다. 전자랜드도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영업적자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삼성전자판매나 하이프라자 등 가전 업계 직영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가전 시장 침체는 비단 국내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대표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가 가전 사업에서 심각한 실적 하락을 겪으며 결국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에서 이름을 내렸다.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도 가전과 IT 시장 침체는 기정 사실화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70~80%로 대폭 낮추면서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재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분위기다. 연말을 맞아 블랙 프라이데이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전만이 아니다. 모바일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봤던 업종, 엔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심각한 침체가 시작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20만대로 전년 동기(3억2610만대)보다 7.6% 가량 감소했다.
소비 시장 침체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비대면 업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가전과 IT 수요가 대폭 늘어났던 탓에 엔데믹 상황에서는 기저효과가 극대화됐다. 이에 더해 미국이 기준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도래했고 소비자들도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코로나19와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무분별한 봉쇄를 이어가면서 소비재 수요도 씨가 마르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후 시장이 무너지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업계는 본격적인 '다운 사이클'에 돌입했다. 상반기까지만해도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효과로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부터 급격히 수요가 급감하면서 혹한기를 맞이하게 됐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4분기 반도체 업계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전분기보다 절반 수준인 2~3조원, SK하이닉스는 3000억~4000억 수준 영업 적자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2년 이후 10여년 만이다. SK그룹에 인수 된 이후 두번째다.
반도체 시장 침체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분위기다. 최근까지만해도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순께에는 시장이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수요 분석이 정밀해지면서 업황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 환경이 악화되는 데다가 미중무역분쟁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이제는 빨라도 내년 말에나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보릿고개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감산을 통해 공급 과잉에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감산 대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원가 절감 노력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가 '다운턴' 속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시장이 다시 회복하면 적시적소에 얼마나 공급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 삼성전자가 감산을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추후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불황 속에서도 파운드리 사업 안정성을 높이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한창이다. 파운드리 매출이 처음으로 낸드 매출을 넘어선 것. 경쟁사인 TSMC에 앞서 3나노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면서 오랜 숙제였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도 본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전자 업계 불황이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해답은 중국이다.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시장을 가진 중국이 최근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코로나19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하면서 수요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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