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기업 이종혼합 결합심사 간이에서 일반으로 강화 방침
엑시트 통해 재창업, 투자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난감
공정위는 플랫폼 지배력 강화, 스타트업 선순환 양측면 모두 고려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종혼합 기업결합(M&A)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오히려 자금줄이 막힌 스타트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줄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위한 기업결합(M&A)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고시)'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사이에 보완성과 대체성이 없는 기업결합을 뜻하는 '이종혼합 기업결합'에 대해 기존 간이심사를 하던 것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017년 스크린골프 전문업체 '마음골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대표적인 이종혼합 기업결합의 예이다.
간이심사는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결합인 경우 공정위가 사실관계 여부만을 확인해 15일 이내 심사완료를 하는 것이고, 일반심사는 시장획정·시장집중도·경제분석 등을 통해 경쟁제한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는데, 기본 30일이 소요되고 필요시 90일 동안 추가로 기업결합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규제 강화 방침은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으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 대형 IT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크다. 특히, 지난 10월 카카오톡 서버 화재 사건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먹통 상태가 발생한 이후 플랫폼의 독점 문제가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반면, 국내·외 IPO(기업공개)나 기업결합이란 한정적인 기회 속에서 엑시트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번 규제 강화 방침이 혹여나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선순환 구조를 악화시킬까 우려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니콘 기업 배출 세계 5강국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기업결합을 통한 한국 스타트업 엑시트가 여전히 주요국에 뒤지는 점을 언급하며 기업결합 엑시트 활성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5강(미국·중국·인도·영국·이스라엘)의 M&A를 통합 스타트업 엑시트 비중은 82.8%였던 반면, 한국은 52.9%에 그쳤다.
학계와 현장 전문가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인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기업결합이 소비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유효상 유니콘 경제경영연구원장은 "IPO는 제한적이지만, M&A는 무한대로 일어날 수 있다. 기업이 20만 개라고 해도 이를 관심있어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있으면 (기업결합을 통해) 모든 기업을 전부다 승자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과점을 규제하는 이유는 사회적 후생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서 해외로 팔지 못하거나 가치가 줄어든 스타트업으로 소비자 후생이 늘었는지는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함 공유 어플리케이션 '리멤버(네이버에 인수)'를 창업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김범섭 자비스앤필런스(삼쩜삼) 대표는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하려면 IPO는 제한적이고 회사를 사줄 수 있는 곳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M&A 수요를 줄이면 오히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업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전통 산업에서 만든 판단 요소가 현행 플랫폼 산업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보완하자는 것이고 결합심사를 간이 심사에서 일반 심사로 바꾼다고 해도 모든 기업결합이 보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랫폼 기업이 단순히 타 영역의 진출뿐만 아니라 자신의 핵심 영역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중소 사업자를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측면의 문제도 같이 이야기가 됐다. 양 측면을 균형있게 보겠다"고 설명했다.
유니콘팜 위원장을 맡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20일 <메트로경제>와 통화에서 "대기업과 대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땐 당연히 규제가 있어야 한다. 유니콘팜은 인수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결합을 볼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바라보자는 것을 제안한 것"이라며 "엑시트 방법이 IPO하고 기업결합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소위 세일즈를 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기업 확장을 막겠다고 장벽을 쌓으면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매수자들이 줄어들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제도적인 보완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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