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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분양한파, 청약통장을 아껴야 할 때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올림픽공원 인근에 1만2000가구 대단지로 흥행을 예고했던 둔촌주공의 분양성적이 신통치 않다. 그에 따라 예상보다 낮은 점수로 당첨된 이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통상 가장 인기 있는 84㎡에서도 청약가점 35점이 당첨될 정도였는데, 내부구조가 다소 아쉬웠던 점과 높게 책정된 분양가 12억원(중도금 대출이 불가)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84㎡에서 최저 당첨 가점이 20점이었다. 앞서 말한 둔촌주공의 35점은 부양가족이 있는 30대 기혼자라면 흔한 점수이고, 장위 자이의 20점은 부양가족과 관계없이 무주택 1인 가구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어지는 다른 분양현장에서도 차츰 가격을 낮추는 모습이다. 당장 둔촌주공 인근의 신동아1·2차 재건축의 경우 앞선 둔촌주공을 같은 면적으로 환산한 가격보다 3억~4억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으로 여겨져 한 가구 모집에도 수만명이 몰리던 때가 불과 1년여 전인데, 지금의 전국 청약경쟁률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파는 쪽은 당연히 인근 새 아파트들의 호가를 소개하며 시세 차익을 기대하라고 하지만 호가는 어디까지나 호가일 뿐, 실거래와는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혹시나 싶어 청약했다가 당첨된 사람들이 고민 끝에 계약을 포기하면, 그 미계약분에 대해서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적용되어 해당 지역에서의 거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전국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모집하게 된다.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는 당연히 청약통장을 버려야 하고, 이후 분양을 앞둔 시행사들은 분양가 산정에 눈치를 본다. 일부 시행사는 관리비 대납, 외제차 등 경품 혜택까지 들고 나왔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시행사업자들이 아예 분양 자체를 연기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전에도 지방의 분양 단지 중에서는 종종 있어 왔으나, 최근에는 인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여기에 합류했다. 해당 시행사는 공사를 지속하는 동안의 금리, 수분양자들에게 취소의 대가로 지불하는 합의금 등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을 취소하고자 한다.

 

이 시행사가 계약자들에게 제안한 위약금은 계약금의 50%. 법적으로는 계약의 일방 취소시 엄연히 계약금의 2배를 토해내야 하는 만큼, 계약자들 중 내심 계약을 후회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이러한 제안이 통하기는 쉽지 않다. 계약 취소가 무리 없이 되더라도 이는 업체에 큰 손해가 된다. 시행사는 이미 쏟아부은 비용을 포기하며 추가적으로 부대비용이 나가고,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친다. 이 모든 손해들을 향후 시장이 좋아질 때에 만회한다는 입장인데, 미뤄진 미분양, 미계약물량들을 재개할 때가 도래하면, 그 때는 그 때에 계획된 대규모 분양물량과 겹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소나기를 피하자는 마음에 태풍을 만날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에만 계열사의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중소 건설사들 중 10여 곳 이상이 폐업 수순을 밟았다. 수요도 공급도 움츠러드는 현재 상황. 분양도 거래도 임대도 함께 내려앉는 합리적이고도 냉정한 시장을 우리는 목도 하고 있다.

 

실거주 목적이라는 이유가 더 이상은 섣부른 거래의 핑계가 되지 않는 시대다. 거주 만이 목적이라면 전세시대의 종말이라는 우려가 나온지 불과 몇 달만에 전세물건이 늘어나고 가격도 내려갔지 않은가? 더구나 임대료 인상율 제한, 계약 갱신 관련 법규도 전세 세입자들에게 유리하게 바뀌어 있다. 혹시 오랜 노력을 들여 마련한 청약통장을 어설픈 물건에 소진한다면 이전까지의 시장과는 다르게 세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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