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이어지면서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서도 자금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기업들에게 환매 연기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 자문 등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자산관리서비스 상품이다. 크게 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뉘는데, 일임형의 경우 고객이 맡긴 자산을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한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펀드, 부동산 리츠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가입 고객수는 184만4832명, 계약자산은 133조1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가입 고객수 186만3020명, 계약자산 152조원까지 치솟았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에 따른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10월 한달간 9조376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법인 고객들의 랩어카운트 해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단기자금 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고, 회사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조달을 위해 빠르게 해지가 가능한 랩어카운트나 신탁 계정 등을 해지하면서다. 통상 연말이 되면 기업의 자금 집행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등 단기사채의 부도 우려에 따른 시장 불안감도 이를 키웠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기업에게 환매 연기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 6월부터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연쇄적인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비유동성, 만기 불일치 등 제때 환매가 불가능한 운용상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도 랩어카운트 잔고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 상승에 따라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예·적금 등 안전자산의 매력이 커진 점도 랩어카운트 자금 이탈을 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라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기업들에게 환매 연기 요청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시장이 단기적으로 빠진 상태라 손실 난 자산이 있으니 시장이 회복했을 경우 환매를 하자'고 고객에게 직접 권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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