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복합 위기…내년 경제정책방향, 기존 대책 답습
내년 성장률 전망 1.6% 비관적…내년 물가 3.5% 의도적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물가 안정 대책 상충"
무역수지 적자 "언제 흑자 전환, 예측 어려워"
'신성장 4.0' 전략, 뜬구름 잡기…"노동 등 4대개혁, 규제혁파 시급"
정부의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 1.6%는 한국은행 포함 주요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보다도 낮다. 그만큼 정부가 내년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인 65% 재정집행 목표를 잡은 이유도 결국 돈을 풀어 침체된 내수 등 경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불쏘시개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은 여야 정쟁에 막혀 이미 법정 처리 기한을 넘겼고, 연말까지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문제는 5%대의 고물가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의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라 당장 내년부터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물가를 잡아야 하는데 취약계층 등 민생 지원을 위해 돈도 풀어야 해 통화와 재정 정책이 엇박자가 나게 생겼다.
내년 경제가 어렵다는 현실적 진단은 나왔는데 정부의 민생 안정, 수출 대책 등은 이전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류세 인하 연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등 세금 깎아주는 것 외 이렇다 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정부는 우주 산업 등 '신(新)성장 4.0' 전략과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정책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성장률 전망 1.6% 비관적…내년 물가 3.5% 의도적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0.9%포인트 내린 1.6%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 전망치 1.7%보다도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한국개발연구원(KDI) 1.8%와 비교해도 낮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에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대내외적 복합불황으로 내년 경제가 엄중하다는 정부 인식이 깔려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 반도체 경기 둔화 등 영향에 수출 중심으로 실물경제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1%로 잡아 정부보다 더 비관적이었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주평'을 통해 내년 높은 물가로 경제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현상을 지적한 것과도 맥이 닿는다.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65% 이상 재정을 집행할 방침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풀기에 물가는 치솟고, 재정 상황마저 좋지 않다.
앞서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회'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 둔화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과 달리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진 3.5%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 물가 둔화폭은 축소될 것이라 했다. 당장 내년부터 공공요금이 들썩이며 고물가가 이어질 상황에서 돈을 풀어야 하는 정부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잡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나라빚이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를 110조8000억원, 국가채무는 1037조7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5%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해 재정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유류세 인하, 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내년 상반기로 연장한데다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인하도 추진하고 있어 세수는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 "언제 흑자 전환, 예측 어려워"
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수출이 지난 4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악재다.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지난 달까지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봤다. 적자 기간만 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길다.
정부도 장기간 무역수지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최근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커 적자가 나고 있다"며 "유가 흐름 등 종합적으로 봐야해 언제 흑자로 전환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성장 4.0' 전략, 뜬구름 잡기…"노동 등 4대개혁, 규제혁파 시급"
내수에 수출마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미래 먹거리 대책으로 '신성장 4.0' 전략을 내세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미래 첨단 분야인 디지털·바이오·우주산업 등을 육성, 지원하는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성장 4.0은 이제 계획 단계에 불과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복합위기를 벗어나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제언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우리 경제는 정부 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건전성이 문제고, 고물가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도 안 돼 거시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세금 인하 등 단기 책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혁파와 함께 연금·노동·교육·공공 등 4대 구조개혁,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 미래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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