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늙고 아픈 반려동물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건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람이다.
반려동물의 노화과정은 사람보다 속도가 몇 배 빠를 뿐, 거의 같은 형태를 띈다. 일본 도쿄 농동대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아지가 사망에 이르는 질병 가운데 암(癌)이 전체 54%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미국의 조사 결과에서도 개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전체 47%, 고양이의 경우 32%를 차지했다.
반려묘와 반려견은 대체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암을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장기에 암이 자란다면 대체로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려동물의 암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현태 아우라케어 대표(사진)는 일찌감치 이러한 안타까움에 집중했다. 반려동물의 암은 사람보다 전이 속도가 빠르지만 치료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달, 아우라케어는 세계 처음 반려동물용 방사선 암 치료기기 'LEP300 V2.0(이하 LEP300)'을 세상에 내놓았다. 2017년 아우라케어가 설립된 이후 5년만의 성과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용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사선 기기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다. 그동안 인체용 치료 기기에만 의존하던 국내외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에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경현태 대표는 "반려동물의 암은 전이가 빠른 만큼 치료 속도도 사람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LEP300의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려동물 암 생존율을 높여, 좀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모든 반려인들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 대표는 올해 7살 된 반려견 보꿍이의 아빠다. 그의 SNS는 프로필 사진은 온통 보꿍이 뿐이다.
-반려동물 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반려동물이 암에 걸려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별로 없다. 두경부·피부·유방유선·항문암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암들은 일찍 발견돼 외과 수술이 가능할 수 있지만, 더 흔하게 발생하는 간암, 폐암, 위암은 대부분 발견하면 4기여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는 방사선 암 치료를 하는 동물병원이 두 곳 있지만 모두 인체용 방사선 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인체용은 어떤 한계가 있나.
"사이즈가 너무 커서 큰 공간을 차지하고.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한 자체 차폐시설도 함께 갖춰야한다. 사방을 2m에 달하는 콘크리트 벽으로 감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하 구석에 방사선 기기를 위한 공간을 따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 방사선 기기 가격은 최소 50억원인데다 차폐시설 설치비도 10억가량 들어 가격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 사람용 기기는 방사선 전압도 6MeV인데, 필요 이상으로 높아 동물 치료에 효율적이지 못하다."
-LEP300가 가진 강점은.
"차폐벽을 포함한 필요공간이 절반수준으로 작고, 판매 가격이 10억원 미만으로 기존 인체용 장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 자체차폐기능도 갖고 있어 별도의 시설투자 없이, 병원 내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 방사선 최대 전압이 300KeV로 동물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또 인체용 장비를 가동하려면 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SRI)를 가진 인력이 필요한데, 요즘 이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부족해 구하기 쉽지않다. 반면, 동물용 장비는 LEP300은 방사선안전관리자(RI)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가동이 수월하다."
아우라케어는 단순히 방사선 암 치료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암치료에 최적화된 방사선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37년간 방사선 치료분야의 의학물리학자로서 풍부한 경력을 가진 권위자, 신동오 박사가 지난 3월에 합류하여 LEP300의 의료기기로서의 적합성을 향상시켰다. 앞으로도 인체용 방사선 치료에서 축적된 풍부한 임상학적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반려동물 암치료에 적용할 계획이다.
-방사선 치료 솔루션은 뭔가.
"RTP 즉 방사선치료계획법이다. 정확한 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조사 위치, 각도, 형태, 조사량 등을 계산해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러한 RTP를 통하여 암치료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LEP300을 보유한 동물병원에서 기술지원을 원하는 경우 치료 대상의 CT를 보내면 우리가 어떤 위치에 얼마나 큰 종양이 있는지를 분석해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
-장비매출 이외에도 이익창출이 가능한 것이 있는가.
"아우라케어는 단순히 기기와 소프트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장비를 사용하는 모든 기관에서 넘어오는 반려동물 암 치료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넘어오는 진료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인공지능(AI)과 연계하면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 AI 분석을 통해 신속하고 오차 없는 맞춤 치료법을 제공하고, 이를 동물용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등 여러가지 반려동물 암치료 관련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동물병원수는 약 4600개다. 미국은 3만개를 훌쩍 넘어섰고, 중국은 1만5000개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미국의 의료기술 전문매체 메드개짓에 따르면 전세계 반려동물 암 치료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억8300만달러(약 2560억원)에서 2025년 3억3300만달러(약 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라케어는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오는 2024년 승인을 목표로 한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중국 시장에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성은 어떻게 보나.
"방사선 치료기는 반려동물 암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중대형 이상의 동물병원에서는 필수장비가 될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암에 걸리는 8마리 반려견 중 1마리만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최소 1000대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며 동물병원들이 장비 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대규모 수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대형 동물병원들과 수의과대학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치료 비용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없나.
"인체용 방사선 기기를 활용한 치료비용이 훨씬 높지만 대기가 몇 달씩 밀릴 만큼 이미 수요가 높다. LEP300이 도입되면 치료 비용은 기존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반려동물 방사선 암 치료에 대해 반려인 100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려동물 전용 방사선 치료기기로 치료 받겠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84%에 달했다. 이와 관련한 적정 비용은 전체 59%가 200만~500만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16%는 500만~1000만원, 3%는 1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소중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비용을 떠나 반려동물을 살리고자 하는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우라케어가 이미 특허를 보유한 또 다른 장비들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2024년에는 트레드밀 위를 걸어가면서 마취없이 엑스레이 촬영을 할 수 있는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걷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슬개골 탈구나 관절의 문제를 더욱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LEP300에 CT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버전의 방사선 치료기가 두번째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렇게 모인 전 세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려동물 암치료 빅데이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이런 사업 범위를 인체로 확대해 전반적인 AI기반 RTP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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