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가 '다운턴' 속에서 더욱 거리를 벌리고 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정직한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2나노급 D램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양산 준비를 거의 마무리하고 내년 중으로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양산이 아닌 기술 개발 성과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D램 기술 개발이 양산과 격차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개발보다는 양산 시작에 초점을 맞춰왔다. 10나노급 D램에서는 3세대 10나노급(1z) D램을 제외하고는 양산만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양산을 불과 몇달 앞두고 굳이 12나노급 D램 개발을 발표한 이유는 경쟁사의 무리한 '세계 최초' 선언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올 초 5세대 10나노급(1b) D램 개발을 먼저 성공했다며 경쟁력을 과시했지만,여전히 양산 단계에 올라서지 못한 상태다. 앞서 2021년에는 4세대 10나노급(1a) D램을 삼성전자보다 먼저 양산했지만, 여전히 품질과 수율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됐다.
삼성전자는 1a D램부터 모호한 표기 대신 구체적인 숫자를 표기하며 대응에 시작했다. 14나노 D램에 이어 이번에도 1b가 아닌 12나노급 D램이라고 밝힌 것.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D램의 구체적인 선폭을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정공법'은 12나노급 D램부터 본격적으로 마이크론과 격차를 확인해줄 전망이다. 마이크론 1b D램이 13나노급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양산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소문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일단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반응이지만, 반도체 업계 특성상 소문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만약 마이크론이 1b D램을 13나노급으로 양산했다면 삼성전자는 1z D램 이후 1세대 만에 다시 선단공정 D램 양산 '세계 최초' 타이틀을 되찾게 된다.
마이크론이 1b D램을 '눈속임'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격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세대 10나노급(1z) D램부터 극자외선(EUV) 공정을 사용했지만, 마이크론은 여전히 불화아르곤(ArF) 공정으로 D램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핵심 공정인 노광 과정에서 13.5나노 파장 장비로 한두번만 작업하면 되는 반면, 마이크론은 193나노에 이르는 장비로 수차례, 수십차례 패터닝을 해야만 10나노 초반대 D램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기술 격차는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느 산업과 같이 반도체도 공정을 최소화해 생산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더욱 정교하면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멀티 레이어 EUV 기술까지 사용하며 압도적인 생산성을 자랑한다.
앞으로도 '초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6세대 10나노급(1γ)부터는 EUV 장비를 활용할 예정이지만,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물량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TSMC가 선점한 탓에 실제 공정에 적용할 정도로 수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UV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도 높아서 수율을 충족하기까지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운 사이클'도 문제다. 마이크론은 최근 감산을 단행하며 수요 감소에 대응했지만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2000억원을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구조 조정과 투자 축소도 불가피해졌다. 1대당 30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를 들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공정에서 0.1나노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전에 10나노를 줄이는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며 "EUV 장비가 핵심인데,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물량을 삼성전자와 TSMC가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어서 마이크론이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다운 사이클을 활용해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하는 모습이다. 12나노급 D램을 양산하면 14나노급보다 생산성이 20% 가량 높아질 예정, 당초 계획대로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EUV 장비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생산을 늘리면서 급하게 감산에 나서는 경쟁사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수요가 다시 회복하면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램 양산에서 경쟁사 대비 다양한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성능은 물론 생산성도 훨씬 우위를 지키고 있다"며 "이번 12나노급 D램 개발 발표는 경쟁사 마케팅에 따른 기술 역전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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