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앞으로도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나홀로 싸우게 됐다. 반도체 특별법이 '누더기'가 되면서 당장 어두운 실적 전망 속 투자 위축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비중을 낮추며 국가 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저녁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반도체 공장에 대해 인·허가 기간을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요청 후 60일이 지나면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이번에도 반도체 업계가 요구했던 핵심 내용은 또다시 제외됐다. 당초 양향자 의원은 수도권 내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조항을 포함했지만, 지방 대학 소외를 이유로 삭제한 것.
앞서 지난 23일에도 반도체 특별법 중 하나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누더기 상태로 통과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을 6%에서 20%로 높여달라던 당초 개정안을 완전히 수정해 8% 떨어뜨린 것.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세액공제율은 아예 조정하지 않고 각각 8%와 16%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경쟁국들은 일찌감치 25% 수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왔다. 그뿐 아니다. 투자를 하면 추가 혜택을 주거나 보조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반면 이번에 통과된 반도체 특별법에는 이같은 내용이 전혀 없다.
비로소 대등한 싸움을 기대하던 반도체 업계에는 날벼락인 셈이다. 처음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양향자 의원은 베트남 출장 중 급하게 귀국해 '반도체 산업 사망선고'라며 날서린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았다. 반도체기술 관련 학회 4개와 반도체특위 민간위원 5명은 '한국 반도체 미래가 없어졌습니다. 재논의를 촉구합니다.'는 성명을 내고 반도체 특별법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미래를 단절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재논의를 요청했다.
경제단체들도 반도체 산업 지원이 무산된데 대해 강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아쉽다는 입장과 함께 대책을 보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같은 논란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반도체특위가 참여한 성명에 반도체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모두 빠지고 민간위원만 남았다.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는 이유, 반도체 업계 요구 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위 소속 의원들이 오히려 '개악'에 힘을 더한 셈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처음부터 반도체특별법을 대기업 특혜라고 보고 반대해왔다.
업계에서는 정치인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부족한 탓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투자를 늘리면 매출 규모도 키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단기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것. 대기업 특혜라는 주장은 특히나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 특성을 전혀 모르는 '몰상식'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 지원이 이대로 좌절된다면 당장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실적 위기 속에서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인 반면, 국내 기업들은 높은 세제 부담까지 계속 떠안을 수 밖에 없어 투자 계획도 당초 계획대로 멈출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투자 위축이 장기화되면 기술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당장 세수 확보를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가 해외로 투자를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베트남 등 국가까지 나서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상황, 막대한 세금에 인프라 지원조차 없는 국내에서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서다. 반도체 공장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협력사들도 함께 가고, 국내 업체 대신 현지 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는 일도 잦다.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손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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