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필자는 제목과 서문, 목차를 본 후 누구의 조언에 따라 작가의 지구력이 바닥나 책에서 가장 재미없는 3분의 2 지점을 읽은 뒤 흡족하면 집어드는 편이다. '청춘의 독서'에는 인생의 행로를 결정할 때 꺼내 읽어보면 좋을 책들이 소개됐다.
필자는 인생에 답을 구하고자 할 때 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춘의 독서'의 머리말이 뇌리에 남아 이 책을 읽게 됐다. 유시민 작가는 머리말에서 '청춘의 독서'를 딸에게 헌정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이 책을 주면서 말하고 싶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란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에서 저자는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을 알려준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을 다룬 최인훈의 '광장' ▲권력 투쟁의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 사마천의 '사기' 등을 소개한다.
필자는 그중 토머스 맬서스가 쓴 '인구론'을 다룬 파트가 가장 흥미로웠다. 유시민 작가는 '인구론'은 모두가 다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완독한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한 책이라고 설명한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자연대로라면 과잉인구로 인한 식량부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미리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맬서스는 만약 인구증가를 막지 않으면 인류는 기근, 전쟁, 전염병으로 죽게되므로 사망률을 낮추는 일이나 자연의 작용을 저지하려고 하는 어리석고 헛된 노력은 관둬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심지어 맬서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청결한 생활이 아닌 불결한 습관을 권하고, 도시의 골목을 더 좁히는 한편 많은 수의 인간을 좁은 가옥에 군집시킴으로써 페스트가 다시 찾아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골에선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 근처에 마을을 세워 비위생적인 축축한 땅에 집을 짓고 살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다는 망언도 내뱉는다.
이러한 연유로 당시 맬서스는 대중을 빈곤에서 구해내려는 진보 지식인과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괴물'로 통했다.
저자는 인구론을 읽고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유시민 작가는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경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는 것인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춰보라"고 조언한다. 328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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