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속에서 국내외증시가 부진하면서 증권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직전 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증시 호황으로 실적 잔치를 벌였지만,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 등 실적에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업계를 둘러싼 먹구름이 올해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조직 개편 및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 IB조직개편으로 영업 재정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일 평균 거래대금은 9조원으로 전년(15조4000억원) 대비 41.6% 급감했다. 또한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이 16조6000억원에 그치면서 2020년(47조4000억원), 2021년(65조9000억원) 순매수액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에 지난 202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던 대형 상장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이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각 증권사들은 올해 기업금융(IB) 부문 조직을 개편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주력 사업이었던 IB부문이 직격타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IB조직 재정비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맏형격인 미래에셋증권은 IB 사업부를 전문분야에 따라 재편했다.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IB사업부와 글로벌 IB부문을 신설했다. 삼성증권도 골드만삭스 출신의 이재현 부사장은 IB1 부문장으로 영입하면서 IB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신규 딜 소싱을 관리하는 IB솔루션 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IB커버리지팀, IB솔루션팀을 배치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 역시 기관·법인 대상 영업을 위한 홀세일그룹을 신설하고, IB그룹을 기존 3본부에서 4본부로 확대 편성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및 PI본부와 M&A/인수금융본부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대기업 영업력 강화를 위한 기존 커버리지본부를 2개 조직으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IB조직 강화뿐 아니라 리테일 조직 강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향후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향후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자금융부서를 확대했다. 더불어 리테일부문에서 WM(자산관리)·Namuh(나무)·PB(프리미어블루) 3개 채널의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총괄사업부문을 신설했다. 각 채널 간 정책을 조정하고 채널별 육성전략을 강화한다는 것이 NH투자증권측의 설명이다.
◆증권형토큰·해외주식 서비스 등 신사업 적극 추진
증권업계에서는 불안한 업황 속에서도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증권형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소유(조각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춘 방식이다. 최근 선출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신임 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대체거래소(ATS)를 통한 증권형토큰 거래를 공약으로 내세운만큼 향후 산업 활성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달 증권형 토큰 플랫폼 구축을 위해 실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했다. TF팀으로 관련 제도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내부 시스템을 설계하는 한편,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등 증권형 토큰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증권사들은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에 투자하거나 협업 관계를 맺으며 STO 진출 포석 마련에 분주하다. NH투자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를 운영하는 투게더아트 업무협약(MOU)를 맺으며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작성 및 고객 예치금 관리가 가능한 계좌 연동을 담당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교보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빌딩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 등에 전략적 투자를 주도했다.
증권사의 또 다른 신사업분야로 '해외주식거래' 서비스 경쟁도 활발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을 담는게 당연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소수점거래뿐 아니라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졌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2월부터 미국 대체거래소와 독점 계약을 맺고서 미국주식 주간거래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한국시간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간과 겹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미국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출시 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에는 누적 거래대금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교보증권은 미국시장 차액결제거래(CFD)를 정규 거래시간 외에 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공하는 '미국시장 CFD 주간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로 미국주식 종목별 공매도 현황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미국 주식 투자 편의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사업의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적 수익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 모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디스카운트 해소 전념"
한국거래소는 관행과 규제 혁신을 통해 증시 부진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2일 열린 증시 개장식에서 '깜깜이 배당' 관행을 개선하고, 글로벌 투자자 진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첫 출범한 코스닥 내 우량 기업을 모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활성화, 상장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도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반칙행위에 엄정 대응해 불신의 경제적 비용을 제거하겠다"며 "불법 공매도를 철저히 근절하고 테마와 이슈를 악용한 위반을 기획감시해 믿고 투자하는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금융산업 내 변화를 이끌어 내 혁신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대체거래소(ATS)와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 디지털증권시장 준비 등을 통해 혁신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도 자본시장 안정성 확보, 증권형토큰 및 탄소배출권 시장 등 신사업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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