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측 "한국 정부 설명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 “한-이란 양자 관계와는 무관…장병 격려차원”
외교부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길…이란과는 오랜 우호협력 관계”
취임 첫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외교참사를 일으키며 국격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 정부 측은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도중 나왔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전개를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IRNA 통신은 이란 외무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외교적 태도와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외교적·종교적으로 비우호적 관계인 것은 맞다.
지난 2016년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인 니므르 알 니므르를 처형하자 분노한 이란 대중이 이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공관을 습격한 사건이 발생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같은 수니파인 UAE도 주이란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2017년 UAE는 이란과 우호적인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하면서 '국교 복원' 조건으로 이란과의 단교 등 13개 사항을 요구했고, 2018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지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UAE와 이란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우호 교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UAE와 이란은 국교를 다시 회복했고, 자국으로 소환됐던 주이란 대사가 이란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당시 UAE 외교부는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UAE의 노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UAE 통신사 WAM은 윤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기 불과 이틀 전, 이란의 마흐디 사파리 이란 경제외교부 차관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아부다비를 방문해 칼리파 샤힌 알 마라르 UAE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박성중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의전 하나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순방 외교에서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히다"며 "말실수, 외교 참사가 한두 번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실수를 막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란에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대통령의 말실수라고 변명할 것인가. 대통령과 참모들이 왜 이런 문제를 만드는지 답답하다"며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고 반성은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억지 변명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기준이 됐다. 이러니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라고 맹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의 한-이란 양자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도 대변인실을 통해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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