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대부분이 연초대비 가격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9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도 2만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긴축 기조 속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급락했던 위험자산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꿈틀거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난 반등세가 상승장으로의 추세 전환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 "단기적으로 기대감 과해"
지난해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국내 증시 패턴을 대부분 '상저하고(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아짐)'로 예상했다. 본지 2일자 보도에서도 주요 증권사 11곳 리서치센터장의 올해 증시 전망에서 11곳 중 10곳이 '상저하고'를 예측한 바 있다. 다수가 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패턴을 예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도 최근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돌파하면서 향후 상승 추세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섞이면서 투자자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세장에서도 소폭 반등하는 상황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상승장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하기에는 섣부르다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초 대비 증시 지수가 오른 것은 맞지만 약세장이라고 하더라도 마냥 떨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닌 등락이 이어지는 상황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증시가 경기흐름의 6개월 정도를 선반영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상황이 침체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오랜 하락의 마무리 국면이라고 해석하기에는 기대감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증시 부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까지도 국채 3년물 금리는 연 3.390%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최근의 오름세는 실적이 뒷받침된 상승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증시의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랠리로 인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74배로 올라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기준으로 3200~3300대와 같은 밸류에이션 레벨에 도달한 것"이라며 "경기, 실적보다는 금리인하 등 기대감에 근거한 반등이라는 의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고, 본격적인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이 전개된다면 추가적인 이익전망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라며 "최근 시장의 기대감은 전형적인 약세장 마지막 국면의 패턴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단기적으로 기대감이 과하다"고 분석했다.
◆개인들은 '곱버스' 줍줍…하락 전망 우세
여전히 증시 전망이 혼란스러운 만큼 투자에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많은 전문가들이 '상저하고'를 점쳤음에도,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와 정반대인 '상고하저'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로서는 추후에 공개되는 각종 경기 지표 결과에 따라 예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증시 상승세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단기적인 하락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만 총 3억46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3조4692억원을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들은 주식 매도에 그치지 않고 증시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얻는 '곱버스'까지 대량으로 사모으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 2X'로, 해당 기간 동안 총 4378억원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1160억원)보다도 4배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곱버스와 같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변동성 장세에서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간에 두 배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추종 지수의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증시는 반등세가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양방향으로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상승 또는 하락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위험성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주가 상승에 의구심을 가진 개인들이 늘면서 대기자금 마저 감소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50조834억원에 달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7일 9.6% 감소한 45조2456억원으로 줄었다. 더불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같은 기간 16조5311억원에서 3.28% 줄어들면서 15조989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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