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습관이 돼서인지 마스크 벗는 게 불안해요."
지난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2년 3개월만에 실내 마스크를 벗은 첫 날이지만 실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30일 0시를 기점으로 대중교통과 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선택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되레 따가운 눈초리를 받거나, 마스크 착용 지침에 대한 혼돈을 빚기도 했다.
◆마스크 벗은 사람 거의 없어
30일 이른 아침,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40명 남짓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은 3~4명에 불과했다. 트레드밀에서 마스크를 잠시 벗고 뛴 사람들도 러닝을 마치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려왔다.
장수연 씨(34)는 "안 써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습관이 돼서인지 마스크를 벗기 불안했다"며 "화장도 안 한 얼굴에 마스크를 쓰는게 더 편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호 씨(64) 역시 "정부 지침과 상관없이 숨차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땐 마스크를 계속 쓸 계획"이라며 "노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 곳곳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기준 안내 표지판이 붙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코로나19 고위험군과 접촉한 경우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환기가 어려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지침이었다. 읽어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합정점에서도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그쳤다.
카페 엔제리너스를 이용한 김명자(68)씨는 "나이가 많아 감염이 불안하기도 하고 이미 쓴 게 익숙해져 계속 쓰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마트, 식당과 카페 직원들 역시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백화점과 마트, 식당 측은 직원들이 고객 대면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마스크 착용을 자체적으로 의무화해 고객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홈플러스 매장 직원은 기존 내부 방침과 동일하게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내부 메뉴얼이 있다"며 "마스크 착용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응대할 때나 제조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마스크 안써도 되나요"
마스크 착용 의무 공간을 착각한 혼돈도 잇달아 발생했다. 이날 오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동승했던 노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70대라고만 밝힌 여성은 "3밀(밀폐·밀접·밀집) 공간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엘리베이터도 당연히 의무 공간에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3밀 환경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마스크 착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대형마트나 공항 내부에 있는 약국을 찾은 시민들도 혼돈에 휩싸였다. 이 날 홈플러스 합정점에 있는 약국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었다고 해서 다시 쓰지는 않았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약국으로 신고된 면적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약을 구입하는 등 약국을 이용할 경우 써야 한다.
이 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약국을 찾았던 현지원(46) 씨는 "약국에 다른 손님도 없었다. 내내 마스크를 벗고 다녔는데 약국 카운터에서만 갑자기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갔다"며 "현실을 반영해 좀 더 꼼꼼한 지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를 모두 해제하고 자율에 맡기는 것이 혼돈을 더 줄였을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전태영(42) 씨는 "오늘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하고 모두 자율에 맡겼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것"이라며 "오히려 (마스크 착용) 의무와 권고 지역을 따로 설정한 것이 더 큰 혼돈을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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