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지음/노지양 옮김/창비
CBS의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은 2018년 6월 "국경 수비대는 분명 국경에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으며 이들이 숙식하는 장소를 '축사'라고 표현하는 건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단어는 부정확하다면서 그 숙소를 축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을 절대 동물처럼 다루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축사를 축사로 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축사에 갇힌 사람들의 불편함'보다 '축사에 가둔 사람들이 그 단어를 들을 때의 불편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인우월주의자로 불리길 극도로 꺼려하는 인종주의자와 노숙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는 고급주택 거주자들을 이와 비슷한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의 극우 정치가 스티브 킹은 "백인 국수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 서구 문명사회···. 이런 단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단어가 됐느냐"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미국의 지성으로 불리는 리베카 솔닛은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라는 책에서 "편안함이란 상태는 권력자들의 태생적 권리처럼 언급되고 있다"면서 현실 인식을 거부하는 이러한 '편안함'은 양심에 찔리는 느낌을 받지 않을 권리, 고통을 상기하지 않을 권리, 우리의 이익이 그들의 권리와 필요에 의해 감소되지 않을 권리와도 같은 말이라고 지적한다.
리베카 솔닛은 말하려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 하거나 그들보다 더 크게 말하려는 사람들, 귀를 막거나 눈을 감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싸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소위 안정성과 편안함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미국과 유럽 국민 일부는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며 백인 우월주의와 가부장제라는 폐허의 잔해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체류하려고 한다"면서 "이들에겐 자원의 희소성 법칙이 세계를 지배하고 그 자원을 창고에 잔뜩 쌓아두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다"고 진단한다.
책은 백인 우월주의와 가부장제라는 악몽, 그리고 이를 사수하려는 폭력의 정당화에 맞서려면 잠에서 깨듯 깨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솔닛은 "우리가 매일 해야 할 일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을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 혐오자들이 과도한 힘을 갖지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마저 그 악몽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구시대 남성 중심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이제 막 도전을 받기 시작했고 환경, 성적 취향, 권력, 연대, 쾌락에 대한 언어들이 태동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284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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