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지음/위즈덤하우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주인공 강두가 한강에 사는 괴생명체가 납치해 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최근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에서 벌어진 일들과 겹치는 일화들이 상당히 많다.
현서의 전화로 딸이 살아있단 사실을 알게 된 강두는 경찰에 아이를 찾아달라고 거듭 부탁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가 뺑뺑이를 돈다"는 이유로 무시당한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라는 책에서 "결국 현서는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괴물에 의해서, 또 한번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자들에 의해서"라고 설명한다. 책에서 이 대목을 보고 '어떻게 사람을 두번 죽이는 일이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1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강제 철거 시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으로 분향소 강제 철거를 예고해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박성열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은 "세상 어느 천지에 장례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겠다는 말이 있냐. 장례 예절에도 맞지 않고 우리나라 장례 풍습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인간적 도리에도 어긋난다"며 "오세훈 시장은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거듭되는 도움 요청 묵살로 인해 국가가 괴수로부터 딸을 빼앗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란 걸 깨닫게 된 강두는 결국 직접 괴물과 싸운다. 이동진 평론가는 "괴물과 최후의 일전을 벌일 때 강두가 사용한 쇠파이프는 출입금지를 뜻하는 한강 둔치의 표지판에서 떼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극 초반 괴물이 처음 난동을 부릴 때 그가 들고 싸웠던 것은 경적금지를 의미하는 한강 둔치의 표지판이었다"면서 "그렇게 강두는 위험을 알리려는 자신의 입을 막고 제한 구역에 가둔 채 자신의 터전인 한강에서 경적금지와 출입금지를 명하는 오만한 시스템에 분연히 저항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존재를 부정당한 힘없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연대'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영화 괴물에서 내가 받은 도움을 준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도움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약자들의 감동적인 순환 모티브는 강자들의 시스템이 구사하는 폭력적인 순환 모티브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영화 속 암울한 이야기만이 현실에서 일어난 건 아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5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이 안 되면 저희 같은 유가족이 또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겪는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도록 진심으로 바란다"고. 432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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