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이란 단어가 있다. 두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고 겁쟁이 또는 비겁자가 된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본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쪽이 늘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애초부터 게임을 하고싶지 않았던 상대측에게는 일방적인 폭력이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시작으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에 대한 맹공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은행의 수익을 금리인하와 사회공헌 등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은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도 못쓰게 할 수 없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단편적으로 은행의 대출은 누구나 이용할 순 없다. 은행의 금융서비스가 공익과 관련성은 깊지만, 공공재가 아닌 이유다.
더구나 늘어난 수익의 일부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직·간접적인 자금 유동성을 요청했다. 이렇게 늘어난 대출은 물가상승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수익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취약계층을 선별해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가 높을때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지, 규제나 가격(금리) 개입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무시한 채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의 과점체제를 타파하겠다며 네이버와 키움증권 등을 통한 제4의 인터넷은행 출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지는 게임에 참여할 선수가 있을 지 의문이다. 오랜 선수조차도 맘에 안들면 비틀어버리는 판국에, 새로운 선수는 오죽하랴.
재정마련 방안이 없어서 취약차주를 지원하기 어렵다면 어렵다고 공론화 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 업계의 팔을 비틀어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사회공헌 확대를 요구하는 모양새를 보고 제발로 들어올 제4의 인터넷은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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