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도 국내 면세점들은 수심이 가득하다.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송객수수료를 줄이면서 매출이 급락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점 매출은 7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 줄어들었다. 전월 1조3440억원과 비교하면 41%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매출이 감소한 데는 따이공 송객수수료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국내 면세점 매출에 따이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 60%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객이 끊기면서 따이공 매출 비중은 90%까지 높아졌다.
따이공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따이공이 요구하는 수수료도 10~15%에서 최대 40%까지 높아졌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5%(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총 매출당 송객수수료 비율은 2021년 22%(3조9000억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면세점들은 리오프닝에도 좀처럼 실적이 좋아지지 않고 더이상 송객수수료로 높여줄 여력이 되지 않자 수수료를 대폭 줄였다. 이에 따이공들이 지갑을 닫았고 따이공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줄이고 영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관세청의 지적도 있었고, 업계 자체적으로도 자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올해부터 실천했다"며 "하지만 따이공들이 체감하는 가격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 보니 원래 사려던 것보다 덜 구매해 1월 매출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28일 마감하는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중국 CDFG가 뛰어들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CDFG는 지난달 인천공항공사가 개최한 입찰설명회에 참여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7일 제1여객터미널(TI)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통합한 면세점 사업권 입찰 참가 신청을 받고, 28일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받는다. 이르면 다음달 1차 사업자를 발표한 뒤, 신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이번 입찰에 걸린 사업권은 총 7개다. 대기업이 입찰할 수 있는 일반 사업권은 5개로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 ▲패션·부티크 2개 ▲부티크 1개 등이다. 중소·중견기업 사업권은 2개다.
계약기간은 10년이고 임대료 체계는 고정방식에서 '여객당 임대료' 형태로 변경됐다. 3월 중순 1차 사업자가 발표되고 관세청에서 특허 심사를 끝내는 시점인 4~5월쯤 최종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7월 1일부터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1차 심사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40%, 사업계획 60% 점수를 반영해 복수 업체를 정한다. 2차 심사에선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40%, 사업계획 10%씩 반영해 점수를 내고, 관세청의 특허심사점수 50%를 합산해 고득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관세청의 특허심사 평가기준에는 보세구역 관리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등 경제, 사회발전을 위한 기업활동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CDFG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높은 입찰가를 부르면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면세점들은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자국민 수요를 흡수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다이궁 수요를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CDFG가 인천공항 입점 후 시내면세점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 면세점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입찰에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형 면세점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CDFG가 많은 금액을 써내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평가 항목에 사회공헌이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높은 입찰가를 적어내는 곳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사업권을 중국에 내어주면 국내 면세산업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난해 10조원대 매출과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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