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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오색 찬란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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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한때 '댓글 읽기'가 취미인 적이 있었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서울의 골목길 예찬론에 '오늘 모국어를 잃어 0개국어 구사자가 됐습니다…'라고 한탄한 댓글, '적군을 속이려면 아군 먼저 속여라'가 사자성어로 뭐냐고 묻자 '오늘일기'라고 답한 글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요즈음은 댓글을 전혀 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창이 전쟁터로 변해 재밌는 이야기는 없고 서로 헐뜯고 욕하는 말들만 난무해서다.

 

'오색 찬란 실패담'을 탐독하다가 왜 세상에 화가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깨닫게 됐다. 도합 3시간(궂은 날씨엔 최대 5시간30분)의 출퇴근길로 인해 번아웃을 겪게 된 저자가 퇴사 후 180도 달라진 자신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이 분노의 원천이 어디인지 알게 된다.

 

회사원 시절 저자는 모든 것을 잠시도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단골 카페 알바생이 불친절하거나 배달 직원이 예상 도착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 택배가 잘못 왔을 때, 직장 동료가 어제 물어본 걸 오늘 또 물어볼 때, 내고 내도 자꾸 더 내야 할 세금이 발생할 때와 같은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자주 속에서 천불이 났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왜 일을 이따위로 하지?', '왜 실수한 만큼 사과하지 않지?', '왜 굳이 여러 번 대답하게 만들지?', '왜 모든 것이 이렇게까지 비싼 거지?' 따위를 궁리하느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고. 그는 결국 회사를 관두고, 분노가 치미는 삶과 결별하게 된다.

 

퇴사 후 왕복 3시간이 넘는 통근 과정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그의 건강은 놀랍도록 좋아진다. 좋은 일 하나 없이도 히죽히죽 웃는 습관이 들었고, 항시 웃게 된 뒤에는 화가 나 마땅한 상황에도 화가 나지 않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과거 그가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았던 생각들은 정반대의 양상으로 펼쳐졌다. '사람이 바쁘다 보면 일을 저따위로 할 수도 있지', '두세 번 설명해주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실수하면 당황해서 사과가 잘 안 나올 때가 있지', '경기가 안 좋으니 물가가 오르는 걸 어쩌겠어'

 

저자는 "뭔가 이상할 때마다 '어쩌겠어...'라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몇 번 득득 긁으면 의문이 사라졌다. 언젠가부터는 타인에게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물음표를 들이대는 일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면서 "참을성의 역치가 높아졌다기보단, 참을성이 필요한 사건들이 내게서 사라진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많은가 혹은 사람들은 왜 모두 분노에 차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32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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