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시장 침체로 '역대급' 적자를 기다리는 상황에 미국 반도체 지원안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경쟁자인 일본과 중국이 추격에 가속을 붙이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5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거래 가격은 1.7달러 중반대다. 지난달 평균고정거래가격이 1.81달러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지만, 3월 들어 다시 하락세다.
D램 수요도 좀처럼 회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챗GPT로 서버 확충 등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시장 침체와 서버 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반등 기대감은 또다시 한 풀 꺾였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1분기 큰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해 4분기 1조 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1분기에는 이보다 2배 가까운 3조원 수준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지난 4분기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1분기에는 결국 1조원 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위기 속 투자 계획까지 복잡하게 만들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지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엄격한 회계 조건은 물론 기술 공유와 중국 투자 금지 등 '가드레일' 조항까지 추가됐다. 현지 정부가 노골적으로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지원금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위기는 반도체 생태계 전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소부장 기업들은 당장 투자 축소로 성장 기회를 놓친데다가,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 수출길도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반도체 시장환경 변화가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 매출액 중 중국 수출 비중이 절반에 가깝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성장률이 급락했다.
중국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129억위안 (한화 약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미국 제재가 이어지는 데 대응해 다시 한 번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 YMTC는 최근 200단대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데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는 양산뿐 아니라 소부장 등 전체 생태계를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미국 제재로 첨단 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게된 상황, 장기적으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소부장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다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붙이는 분위기다. 수준 높은 소부장 기술을 앞세워 수출 규제 해제를 무기로 외교적인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니 등 8개 기업이 함께 만든 '라피더스'도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목표로 하는 공장 신설 초읽기에 돌입했다.
그나마 희망은 'K칩스법'이지만, 여전히 국회 통과는 어려운 모습이다. 그나마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경쟁국과 다소 낮은 수준인 15%로 상향하는 내용인데, 야당이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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