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710조원을 넘어섰지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을 위주로 대출을 공급하면서, 중소기업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10조9236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잔액(685조4506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올해 2개월 간 기업대출은 7조2489억원 증가한 반면 가계대출은 7조829억원 감소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자,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늘어나는 기업대출이 주로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는 것.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잔액은 111조558억원으로 지난해 말(105조4609억원)과 비교해 5.3% 증가했다. 1월 대기업대출은 전달보다 4조223억원, 2월 1조5726억원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99조8678억원으로 같은 기간 0.27%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1년마다 신용도를 체크해 연장여부를 결정하는데, 미달된 기업들의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서 대출을 갚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의 부실이 증가해 대출 증가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업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말 대비 0.03%포인트(p) 올랐다. 중소기업의 경우 연체율이 0.04%p 상승한 0.34%를 기록했다. 대출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은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를 넘고, 국내 주요 국고채 금리는 4%에 육박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회사채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용등급 BBB 이하 등급 회사채 미매각률은 52.5%에 달해 절반을 넘는 수준까지 올랐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 대기자금이 확대됐지만 연초만큼의 강한 유입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면서 "국내외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국채 금리 변동성이 높기때문에 기업 실적 저하에 따른 등급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급 이하 비우량물에 대한 투자는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채에서 직접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비우량 기업들의 은행 대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증가할 수 있다.
박찬우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공급되면서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대기업대출 증가액 보다)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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