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게임업계 사이에선 크런치모드가 부활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지난해 신작 부재로 침체된 게임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기존 주 52시간제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있도록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회사의 방침에 따라 바쁜 기간에는 탄력적인 근무를 하고 이후에는 연차, 월차 등을 활용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게 골자다.
다만 52시간의 근로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에 게임업계는 야근, 특근 등을 일컫는 '크런치모드'가 부활해 또 다른 사회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개발자들의 처우에 대한 이슈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해 신작 부재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만큼 근로시간 개편이 오히려 게임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판교, 구로의 등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젝트 마감을 위해 밤낮없이, 휴일 없이 일하며 과로가 당연시됐던 몇 년 전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소형 게임사 개발자는 "게임·IT업계에 워라밸 문화가 조성된 건 최근 5년간 과로사나 직장내 괴롭힘 등 다양한 노사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이 희생했다. 이번 노동시간 개편안을 접하고 그 때가 생각났다. 또 다시 크런치 모드가 발생할까 걱정하는 개발자들도 많다"고 비판했다.
크런치모드란 그간 게임업계에 이어오던 악습으로 개발 및 기획자들이 과로로 사망하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등의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후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되면서 차츰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 해당 개편안은 업계 특성상 개발자들에게만 화살이 쏠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게임만 개발했다고 해서 끝난게 아니다.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도 높은 수정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고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날 선 채로 대응 자세에 있어야 한다"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가중도 같이 늘어난다. 이에 단기간에 신작이나 개발을 해 내야 하는 소리없는 강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휴가를 이어서 장기간으로 갈 수 있는 등 개인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점에서 대형게임사와 중소형게임사간 간극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개발자는 "중소 게임사들은 개발 팀이 없는 곳도 많다. 대형게임사야 대응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마련해놨겠지만 중소게임사들은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해서 휴가를 이어서 가는 등 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나. 업계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얘기. 시장 현실을 전혀 고려 하지 않은 내용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관련 각 게임사 내부의 방침이 잘 구축된다면 오히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 특성상 탄력적 근무제도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인 측면에서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신작 출시 부재로 인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만큼 이번 개편안이 일정 부분 해소 할 수 있는 매게체가 될 수 있다"며 "게임사들은 신작에 따라 승패가 극명히 갈린다. 곧 개발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 게임사 마다 노사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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