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에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SVB 붕괴사태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이 한번 더 동결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내 16번째 규모 은행인 SVB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버티지 못해 파산했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SVB의 총자산은 2090억 달러, 총예금은 1754억 달러다.
◆"금융위기로 확산되기 어려워"
업계에서는 이번 실리코밸리은행(SVB) 붕괴사태가 제2의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 시각은 SVB는 일반은행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큰 타격을 받은 IT와 바이오 스타트업 등 기술기업들이 주 거래 고객이다 보니, 그 충격이 훨씬 컸다는 해석이다.
12일 모건스탠리는 SVB의 총자산은 JPMorgan의 10%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은행위기를 촉발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고객 노트에서 "SVB가 맞닥뜨린 현재의 압력은 매우 특이한 경우로 다른 은행들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SVB 파산은 개별 은행의 자금 운용 문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은행권 전체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4인방이 매주 일요일 참석하는 일명 'F4 회의'에 SVB 파산이 안건으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게 없고 자본 건전성도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4 회동에서 SVB 파산이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라면서 "위험회피 강화, 외인 자금 유출 영향이 있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 통화긴축 유지 지배적
특히 이번 SVB 붕괴사태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이 한번 더 동결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현재 SVB 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로 문제가 번지지 않는 한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날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고강도 긴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강도 긴축은 단행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VB 파산도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 기준금리를 너무 급격히 올린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연준이 이달에도 빅스텝을 밟을 경우 지금난을 호소하는 중소형 은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연준에는 부담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0.25%p만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짙어진 불확실성에 지난달 금리 동결을 단행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반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
국내는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이 이어진데 이어 경상수지가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달 연준의 금리 인상 폭에 따라 한미금리차가 사상 최대로 커질수도 있는 만큼,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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