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취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기대만큼 주가 부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514개 기업 중 3개월 뒤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283개로 절반이 넘는 수준에 달했다. 기업들이 주주가치 확대를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주주 가치 제고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장사는 63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7개사의 주가는 공시 이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에서 케이옥션이 공시 이후 지난 13일까지 21.04% 하락했으며 콜마비앤에이치는 19.67%가량 떨어졌다. 또한 신한지주(-13.24%), KT(-12.37%), 하나금융지주(-10.76%) 등도 약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다. 이는 수급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일시적인 주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자사주 취득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지기보다는 주주가치와는 상관없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이후 자사주 처분 공시의 처분 목적을 살펴보면 임원 성과보상 지급, 마케팅비 지급, 유동성 확보, 생산시설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타법인 주식양수대금 지급 등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먼 곳에 활용되거나 처분을 통해 다시 유통시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안을 주총에 상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주주 가치를 제대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기업들의 자사주소각 여부가 주주환원 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자사주 소각이 관행으로 정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 현황을 개선하려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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