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특화은행'과 충청지역 지방은행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지방은행 설립 모델이 최근 연이어 파산한 SVB 등 미국의 특화은행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범위를 세분화해 특화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은행의 파산 사태로 사실상 특화은행 도입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파산한 미국 SVB가 벤치마킹을 할 만한 주요 해외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SVB가 별도 인가를 받은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한다는 점에서 특화은행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모범사례로 꼽힌 SVB가 정책금리 인상을 못견디고 파산하면서 당분간 금융당국이 특화은행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다.
이에 따라 TF에서도 SVB파산 사태를 계기로 소규모 특화은행의 섣부른 도입보다는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정확한 신용평가에 대한 어려움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SVB 사태로 특화은행 도입은 은행 경쟁 촉진 방안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사태로 특화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커져 이를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국에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섣불리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특화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보다 자본금 규제 등이 완화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특정 산업이 무너지면 특화은행도 동반 파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턱이 높아지면 수익성이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생길 수 있어 실제 도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또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 지방은행 또한 SVB를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달 22일 '제1차 은행설립 추진위원회 및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SVB 모델을 차용한 '한국벤처투자은행(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VB가 파산하면서 정부가 충정은행의 설립을 늦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기존에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과 충청 지방은행이 분리 설립될 계획이었지만, 최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충청금융지주' 설립 계획에 따라 두 은행을 하나로 묶어 설립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윤창현 의원실은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이 향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업무를 흡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이 몸집을 불리며 결국 충청권 지방은행의 일반 업무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1월 미국 출장 중 SVB를 방문해 대전투자청·은행에 대한 자본출자 및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조만간 정식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SVB 파산으로 향후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금융당국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우려를 적극 반영해 대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빚어졌다고 투자은행(IB)을 없앨 수는 없었다"며 "시중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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