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최우량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를 자산의 절반이상으로 보유하고 있음에도 파산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미 국채 가격하락, 짧은 시간에 이뤄진 대규모 자금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 이후 미국에서 역대 2번째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 1983년에 설립된 SVB는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 자금을 제공하는 전문은행으로 지난 40년 동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저금리, 기술 기업 호황 등으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이들은 이같은 자금을 SVB에 예금하면서 SVB 예금 규모는 2년 만에 3배로 증가한 1890억달러에 달했다. SVB는 이러한 유동성 단기 자금을 미국 국채와 30년 만기 모기지에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SVB는 자산 대비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이 55%에 달했다. 이는 미국내 주요 74개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중이며, 이들 은행 평균 47%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국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지난해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통화 긴축으로 인해 SVB는 자금융통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미 연준은 지난해 1월 0%대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올 2월 4.50~4.75%까지 13개월 만에 4.50%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술 기업의 주가는 하락했으며, 현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예금은 감소했고, SVB가 보유중인 국채 가격도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을 보지 않으나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이 대규모 예금을 인출하자 자금 여력이 바닥난 SVB는 채권 매도에 나섰다.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 가능 증권 210억달러어치를 팔아치웠고, 이로 인해 18억달러 손실을 봤다. SVB는 채권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의 신주발행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국제금융거래에서 대표적 담보자산으로 활용되는 미 국채도 결국 급격한 금리인상에 유동성 저하상황을 맞고 이에 따라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안전자산 기능을 놓쳐버리는 보기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 국채의 유동성 저하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말 재닛 예런 미 재무장관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여파와 금융시장에 미칠 위험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의 주요한 원인은 작년 3월부터 지속적인 정책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보유 채권 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고 이는 주가 급락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면서, 예금인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의 보유 채권에서 미실현 손실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만큼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미국 은행권의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미국 은행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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