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회사 내부 분위기는 참으로 냉랭한듯 하다. 업황 악화로 비용 줄이기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나마 힘든 일상을 위로해주던 성과급도 사실상 받기 어려워져서다.
시장 특성상 어쩔 수는 없다고 해도, 성장 가능성만 믿고 오랜 공부 끝에 반도체 전문가가 된 국내 최고 인재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나 학계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어두운 반도체 전망은 대학 입시에서도 드러났다. 한때 일부 의대와도 경쟁하던 반도체 전공학과가, 이제는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버렸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 입시학원에서도 의대 선호 성향이 분명하단다.
특히나 최근 정계 태도도 반도체 전문가들을 실망케하기 충분했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국가적 위기까지 우려됐고, 결국 부담을 줄이는 'K칩스법'이 나왔음에도 모두가 외면했다.
반도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장비나 연구 개발은 물론, 전문가 육성과 보상 등 인적 자원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재가 부족한 때에는 비용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K칩스법이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물론,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를 통해 인재들을 지켜내고, 또 새로운 인재들을 찾으면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그나마 거대 양당이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는 모습이지만, 반도체 업계가 입은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에게는 K칩스법이 어느새 재벌을 위한 특혜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이같은 논리로 K칩스법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려움에 처한 반도체 업계와 종사자들에 '쌤통'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세금이 줄어들면 소외계층 지원이 줄어들 거라는 주장도 그리 와닿지가 않는다. 예산이 줄면 복지부터 줄어들 거라는 얘기, 낙수효과다.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낙수효과를 지켜야한다는 셈이다.
반도체 업종 고액 연봉자들이 내는 세금과 기부가 적지 않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옛말은 기업에는 몰라도 사람 개개인에는 꽤나 맞는 말인듯 하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지원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기왕이면 인터내셔널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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