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개정안이 사실상 누더기 법안이 됐다.
양곡관리법은 지난해 산지 쌀값(20㎏ 기준)이 전년(2021년) 수확기 대비 20.6%가 하락하는 등 가격 폭락 사태가 이어지자 정치권 논의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정부는 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시장격리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수확기가 지난 시점에 역공매를 해 오히려 최저가 입찰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몰고 온다는 야당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미곡의 과잉 생산 등으로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 돼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시기의 미곡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등에는 의무적으로 초과생산량의 일부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공급과잉 구조가 더욱 심화 및 쌀값의 지속적 하락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막대한 재원(매년 1조원 이상)의 소요 ▲식량안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등을 주요 반대 사유로 들며 개정안 처리에 반대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로 여야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본회의에 직회부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우선이 돼야 한다면서 의무매입 조건을 강화하는 1, 2차 중재안을 냈다.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이 되거나 전년 가격 대비 5~8% 이상 하락했을 경우에 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이었으며, 2차 중재안은 초과생산량이 9% 이상이거나 전년 가격 대비 5~15% 이상 하락했을 때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하도록 하고 매입하지 않을 시 정부가 국회에 사유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의무매입 조항이 남아있을 경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민주당은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을 수용한 만큼 '의무매입' 조항이 유명무실해지는 2차 중재안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을 반영한 양곡관리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고려되는데,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책임 역시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또 다른 안전장치, 또 다른 입법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재의 요구 조건(의원 3분의 2의 동의)을 채우기는 어려우니 다른 입법으로 우회해 쌀값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양곡가격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상황에 따라 생산이 늘거나 하면 정부가 매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무적으로 몇 % 이상 생산과, 가격이 오른다고 의무 매입하면 양곡 시장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에 붕괴가 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민단체는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며 반발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2일 김 의장의 2차 중재안을 정면 비판하면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는 중재와 합의를 집어치우고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하라"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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