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프로그램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6·25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아세요? 바로 방심했기 때문이에요." 축구경기에서도 이기고 있던 팀이 역전패를 당하면 감독은 항상 말한다. '이기고 있어서 너무 방심했다'고.
이처럼 '방심'이란 단어는 어딘가에 허점이 들어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현재 세계 금융권에서 일어나고 상황처럼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나면서 그 여파는 스위스까지 확산됐다.
SVB 파산 이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에 넘어갔다.
원인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불안해 지면서 결국 파산까지 간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당시에도 낙관적인 전망만 나왔을 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국내 금융시장이다.
앞서 스위스 금융당국은 CS 정리 과정에서 170억 달러(22조1000억원) 규모의 CS 발행 코코본드 전액을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CS와 같은 대규모 상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5~16%라고 밝혔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까지 하락했다.
당국은 건전성 지표가 국제 규제비율과 비교했을 때 양호하다는 판단이지만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는 상황에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대내외 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만큼 부실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권은 선제적 대응으로 코코본드의 조기상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차환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통상적으로는 콜옵션을 통해 조기상환한 뒤 또 다른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지만 높아진 금리 탓에 발행을 망설이는 것이다.
자본으로 평가되는 신종자본증권이 상환될 경우 은행의 자본 건전성은 악화된다. 즉, 차환이 미뤄질수록 건전성과 불확실성은 커지게 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현재 상황은 괜찮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전말은 괜찮다는 방심에서 나오기 때문에 위험에 항상 대비를 해야한다. 미국과 스위스 같은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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