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벚꽃이 바람에 떨어져서 푸릇푸릇한 게 올라오더라고요. 사진이라도 찍으러 서둘러 나왔어요."
봄의 초입이지만 초여름 더위를 보인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도림천. 성인 4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1㎞ 남짓의 인도는 이른 벚꽃을 맞이하기 위한 나들이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월의 첫 주말, 전국 벚꽃 명소는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족, 연인들과 함께 명소를 찾은 나들이객들은 '벚꽃 비'를 맞으며 느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벚꽃이 평년보다 2주 일찍 개화한 데다 주중에 비가 예보돼 있어 벚꽃 절정기를 놓치기 싫은 나들이객이 몰려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민들은 이른 벚꽃 개화와 주중 예보된 전국 비 소식에 벚꽃 구경을 서둘렀다고 입을 모았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서울대공원을 찾은 김범규(31)씨는 "이미 벚꽃이 만개했다고 해서 급하게 벚꽃놀이 계획을 세웠다"며 "서울대공원이 산에 있어서 (벚꽃) 개화 시기가 조금 늦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대공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서울 서울숲을 찾은 양승혁(25)씨도 "수요일에 비가 온다고 해서 벚꽃 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남기려고 혼자서라도 서울숲에 갔다"며 "그런데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20분 만에 발걸음을 돌렸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벚꽃길에는 지난 1일 하루 동안 나들이객 50만5380명이 방문했다. 일요일이었던 2일에는 60만여명이 여의도 벚꽃길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에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1일 10만5000명이, 다음 날에는 11만5000명이 넘는 나들이객들이 방문했다. 서울 도림천, 남산, 양재천, 석촌호수, 우이천에도 주말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예년을 기준으로 행사 일정을 계획했던 일부 지자체들은 평년보다 빠른 개화·낙화에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한다.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진행되는 축제지만, 당초 축제 일정과 벚꽃의 개화·낙화 시기가 맞지 않아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벚꽃 명소 곳곳에서 낙화가 시작된 데다 이날 오후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까지 예보돼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벚꽃은 지난 달 25일 개화해 평년 개화일(4월 8일)보다 14일 빨리 폈다. 지난해보다는 열흘 빠르고 서울에서 벚꽃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두 번째 빠른 기록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4월 초로 계획했던 축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성동구청은 '송정마을 벚꽃축제'와 '금호산 벚꽃축제를' 당초 예정됐던 일정보다 일주일 당겨 진행했다.
영등포구청도 이날부터 열리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에 앞서 최근 시민들이 몰리자 전날부터 시작되는 교통통제 기간을 지난 1일 오전으로 이틀 앞당겼다. 비 소식에 예정되어 있던 공개 라디오 프로그램을 취소하기도 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축제 규모가 크다 보니 행사 일정 전체를 조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비 소식으로 취소된 라디오 공개방송 하나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들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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