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 당장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현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상향하고 불이익 정의 규정 신설하는 발의안
전문가는 제도의 유연화도 필요하다고 지적
2021년 국내 전체 육아휴직자 17만3631명 중 어머니(母)는 75.9%이고 아버지(父)는 24.1%다. 어머니 육아휴직자가 아버지 육아휴직자보다 약 3.1배 많다.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봤을 때 아버지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극단적으로 떨어진다. 2021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보면, 어머니 육아휴직자는 65.2%, 아버지 육아휴직자는 4.1%였다. 지난 2015년 출생아 부모 중 아버지 육아휴직자가 0.6%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지만, 가장 손이 많이 갈 유아기에서 남성의 육아 분담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가정의 합리적 선택
그렇다면, 남성이 무책임하고 육아하길 싫어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는 것일까. 6일 메트로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와 육아휴직 예정자들은 '가계소득 하락'과 '직장 내 불이익 우려'를 가장 큰 육아휴직 기피 요소로 지적하고 있었다.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분의 80(상한액: 월150만원, 하한액: 월70만원)을 육아휴직 급여액으로 지급한다. 이중 휴직급여액 중 일부(100분의 25)는 직장복귀 6개월 후에 합산해 일시불로 지급한다.
만약 외벌이 가정에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1년 할 경우, 통상임금이 300만원일 때 상한액인 150만원을 월마다 지급받아 총 180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 중 25%인 450만원은 직장복귀 6개월 이후에 지급된다. 어머니의 통상임금이 250만원이고 아버지의 통상임금이 300만원인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이 1년 육아휴직을 한다면 이 부부의 월수입은 5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50만원 줄어들게 된다.
아버지들도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 가계 소득감소가 부담이 돼 육아휴직을 꺼리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있는 게 아버지가 휴직 대신 직장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
정부는 맞벌이 부부의 출생 초기 육아휴직을 유도하기 위해 '3+3 부모육아휴직제'를 지난해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같은 자녀에 대해 자녀의 생후 12개월 내 부모가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첫 3개월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액 상한액을 통상임금의 100%, 최대 300만원으로 늘려준다. 부모가 각 1개월 육아휴직을 이용하면 200만원, 2개월을 이용하면 250만원을 지급한다.
직장 문화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이익 우려도 주요 기피 요인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2021년 제9차 저출산인식조사 결과,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분위기(47.5%), 수입 감소(40.7%), 불이익 우려(24.6%) 순이었다.
독자가 제공한 모 증권사 블라인드 게시판엔 "앞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면 잃을 것이 많아질 것 같다. 제가 부서장이어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쓴 직원에게 C(업무평가)를 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과거엔 승진 1~2년 누락으로 감내해야 할 일을 앞으론 승진 누락, 연봉 감소, 성과급 감소로 감내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진다. 아이 키우는 것이 벼슬이 아니고 이성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는 글도 올라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간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승진 및 성과금 책정 시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평가 설문조사에서 '근로자가 휴직 전에 받은 평가를 적용한다'는 응답이 23.2%,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평점을 부여한다'는 응답이 21.2%, '복귀 후 실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평가를 적용한다'가 46.7%,가 나왔으나 '복귀 후 실제 근무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므로 낮은 평가를 부여한다'는 응답도 8.4%를 차지했다.
◆"슈퍼맨도 육아휴직할 권리를"
정치권도 이에 호응해 관련 입법을 발의하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버지의 육아휴직 신청을 유도하는 이른바 '슈퍼맨이 돌아왔다'법을 발의했다. 고용보험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기존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고,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실물 확인증을 발급해 국공립 시설과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 이용에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 골자다.
오 의원은 개정안 제안 설명에서 "남성 근로자는 육아휴직 사용 의사가 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나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소위 여성의 '독박육아'나 경력단절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출산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사회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윤미향·서동용·고영인 의원은 모 중견기업이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근로자를 부당전보해 논란이 된 사건을 계기로 이를 막기 위해 육아휴직 복직자의 부당전보 판단 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도의 유연화도 필요
전문가들은 전일제 휴직제인 육아휴직제도를 유연화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조차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6월 기준 전체 156만3172개 사업장 중 0.7%인 1만624개의 사업장만 이를 사용하고 있어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랑스나 스웨덴은 시간제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정착돼 있다. 총 육아휴직 기간을 나누어 쓰되, 시간제와 전일제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 등이 아빠 육아휴직 참여 독려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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