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결국 메모리 감산에 동참한다. 메모리 공급 과잉이 일찍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조원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9%, 영업이익은 95.8%나 쪼그라든 수치다. 시장 전망치보다도 반토막이 났다.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LG전자(1조4974억원)에도 밀렸다.
사업별 실적을 따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를 통해 이번 실적 악화가 반도체 때문이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메모리는 재고 조정이 이어지면서 전분기보다 큰 폭으로 실적이 줄었고, 시스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역시 실적이 떨어졌다는 것.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 손실 규모도 4조원 안팎으로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영업 손실 9500억원)보다도 몇배가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럼에도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마이크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하향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선 것은 무려 25년만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감산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기 전 시장이 반등했었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이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감산을 시작한 상황, 공급과 수요 불균형도 더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수요도 다시 회복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극심한 반도체 적자 속에서도 영업 이익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갤럭시S23을 비롯한 세트 수요 회복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2분기에는 인텔 13세대 서버용 CPU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다시 공급을 추월하는 호황기가 되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큰 침체를 대비한 조치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 기대와는 달리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고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것.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감산으로 반도체 가격 추가 하락을 막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해외 교환 사채를 발행한 것도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유상 증자가 아닌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미국 기준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서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다는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는 감산을 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를 예상하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R&D 투자 비중 확대 방침을 밝혔다. DDR5 등 차세대 규격 제품으로 추정되는 메모리에 대해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감산 대상도 기존 범용 제품인 DDR4에 한정된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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