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법안은 많은데, 대체인력 문제 해결은 뒷전
정부 대체인력뱅크 운영하지만 실효성 논란
일본 기업은 업무 공백 메우는 직원에게 응원수당 지급도
"대체인력도 없는데 무슨 휴직을 합니까?"
고영인·인재근 의원실이 지난 3월 16일 주최한 '여성의 경력단절 극복방안 '아빠 육아 휴직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 직접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까지 찾아와 내놓은 발언이었다.
발제자도, 토론자도 모두 육아휴직 제도를 근로자에 더 유리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 일변도였으나, 질문 기회를 얻어 현장에서 처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일순간 토론장은 얼어붙었다.
관광업을 운영하는 강 모 사장도 9일 <메트로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강 사장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처럼 한 직원의 업무를 다른 직원이 맡아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인력이 바로 구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의 사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없는 이유'로 근로자 수가 매우 적어서(38.3%), 동료 근로자의 업무 부담 증가(24.7%), 대체인력 채용이 힘들기 때문에(11.6%) 등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답변이 74%를 넘을 정도로 많았다. 기타 사내눈치 등 조직문화(8.1%), 소득 감소가 걱정돼서(7.4%), 근로자 모두 각자 개별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5.8%), 회사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서(4.0%) 등을 꼽았다.
법률은 근로기준법의 그물망이 헐거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많은 업체들이 대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대체인력 채용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대체인력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대체인력뱅크,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고용센터 등에 구직자풀을 구축하고 대체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적시에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한 사업주에게 월 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육아휴직자의 업무 공백 문제를 완벽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 게시된 대체인력뱅크 개선 방안에 따르면 "대체인력뱅크에서 대체인력을 구하는 기업은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울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현재 대체인력뱅크를 이용하는 구직자의 경우 신입일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경력이 있는 인재들은 대체인력뱅크를 활용한 일시적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대체인력뱅크의 활용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년 출생아 80만명 대가 무너진 일본의 기업들은 파격적인 지원금으로 업무 공백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모토해상화재보험은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독려하기 위해 업무공백을 메우는 동료에게 최대 10만엔(약 99만원)의 '응원수당'을 지급한다.
응원수당은 육아휴직 발생으로 인해 떠맡을 업무 부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인원수가 작은 부서(13명 이하)에서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에 모두에게 10만엔을 지급하는 반면, 큰 부서(41명 이상)에서 여성 휴직자가 나오면, 동료들에게 1만엔을 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28일 주재한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15년간 종합계획을 하면서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기존에 있는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약자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새로 추가될 정책뿐 아니라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 등 기존 제도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모든 분야에서 모든 섹터에서 충실하게 실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육아휴직 부담을 덜어주는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으나, 사업주의 대체인력 채용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출산휴가를 주고 육아휴직 신청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하면 사업주의 응답여부와 관계없이 육아휴직 개시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체인력에 대한 문제는 제도적 미비가 있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강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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