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김상훈 옮김/엘리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고들 하지만 하루 24시간 중 정말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셈해보면 저 말은 거짓말 같기도 하다. SF(공상과학소설)의 거장 테드 창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만약 '자유 의지가 없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앞으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숨'은 테드 창의 중·단편소설 9편을 묶은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픽션 2편을 통해 우리는 자유 의지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다.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짧은 소설에서 테드 창은 '예측기'라는 기계를 소개한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기계에 달린 LED 녹색등 하나가 반짝이는 방식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기계에 대항했다.
불빛이 반짝이기 전에 버튼을 눌러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그 즉시 녹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버튼을 누르지 않고 불빛이 반짝이길 기다려도 보지만, 버튼에 손을 대겠다고 맘먹지 않은 상태에서는 녹색등이 켜지는 걸 볼 수 없었다.
예측기의 실패를 증명하려는 수천, 수만번의 시도는 모두 무용했다. 미래가 변경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자유의지는 없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잊으려 애쓰거나 인생무상을 깨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빨간 약'을 먹고 세계의 진실에 눈 뜬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반코마 상태나 다름없는 무동무언증은 인지적 역병마냥 빠르게 퍼져 나갔다. 소설 속 한 인물의 입을 빌려 저자는 예측기발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을 방법을 알려준다.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설령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실로 무시무시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라는 단편 소설에서 저자는 운명은 정해져 있고 미래는 신이 설정한 방향대로 흘러감에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소설 속 인물의 대사를 통해 저자는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라며 "만약 우리의 인생이 알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등장인물인 동시에 관객이고, 우리는 바로 그 이야기를 살아감으로써 그것이 전해주는 교훈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520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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