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까지 반도체 전쟁에 동참하면서 국내 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일단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영향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는 2030년까지 430억유로를 투입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법 제정에 합의했다. 2021년 처음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이후 2년만이다.
EU는 앞으로 의회와 이사회 표결을 거쳐 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당초 반도체 공장으로 지원을 제한했지만, 구공정 고도화를 포함한 R&D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지원금을 내기로 했다.
목표는 10년간 점유율을 두배로 끌어올리는 것. EU는 2020년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고, 2030년까지 2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EU는 코로나19에 이어 미중무역분쟁으로 반도체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자동차 생산은 물론,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던 반도체 업체들도 위기를 겪었다.
유럽의 반도체 굴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국제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에 따르면 2022년 유럽의 장비 매출액은 6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나 성장했다. 유럽에서 장비를 그만큼 많이 사들였다는 얘기다
내년 유럽 및 중동지역 팹 장비 지출액도 82억달러로 올해보다 36% 늘어날 것으로 SEMI는 전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7개 분류 중 5번째에 불과하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한국(41.5%)에 이어 두번째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는 일찌감치 유럽 투자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인텔이 지난 3월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을 건설하는 등으로 10년간 800억유로(한화 약 115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공장을 짓기 위해 현지 정부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내에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실제 유럽 반도체 투자 '레거시(낡은)'라 불리는 20나노 이상 구형 공정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EU 반도체 산업이 자동차용과 IoT 에 쏠려있는 상황, EU도 지원 대상을 첨단 팹 뿐 아니라 구형 공정과 R&D 등으로 확대하면서 추측에 힘을 더했다.
인텔과 TSMC도 EUV를 쓰지 않는 7나노 이상으로 공장을 구축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단 공정을 육성하는데 집중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EU 반도체 지원법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기회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장문을 통해 국내 기업은 유럽에 생산시설을 운영하지 않는만큼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하며, 오히려 국내 소부장 업계가 새로운 수출 기회를 얻게됐다고 기대를 표했다.
실제로 국내 소부장 업계는 최근 중국 시장 확대를 타진해왔다. 국내 주력 분야인 첨단 반도체에서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램시서치 등 주요 장비 업계와 경쟁이 어려워 성장에도 제한이 컸던 탓. 반도체 산업 침체로 업계 투자가 축소하면서 공포도 확대됐다는 전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적 경쟁자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에도 설득력이 높다. 당장은 경쟁 상대가 안되겠지만, 현지 생태계가 조성되면 본격적으로 선단공정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당장 유럽 전장용 반도체 업체들도 최근 들어 최선단 공정 수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인텔이나 TSMC가 유럽에서도 EUV나 하이NA EUV 장비를 쓰는 팹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EUV 장비를 만드는 ASML이 EU 회사인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장비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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