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두둥"
시동, 아니 전원을 켠 아우디 RS e트론 GT는 빨리 달리자는 듯 으르렁댔다. 전기차 주제에도 고성능 8기통 차를 방불케하는 소리에 떨림까지 냈다. 그저 흉내가 아님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에 불과했다.
RS e트론 GT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증명하는 아우디 대표 모델이다. 최고 성능을 뜻하는 RS에 GT까지 독일 노이부르크에 있는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 그리고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에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로백' 테스트는 3초가 걸렸다. 런치컨트롤을 사용하니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빨려들어가듯 튀어나갔다. 최고출력이 637마력에 최대토크가 84.8kg·m으로 웬만한 고성능 내연기관차보다도 강력하니 당연한 결과다.
공식 기록인 3.3초가 무색하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공식 기록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앞서 아우디는 히터 온도를 28도보다 높게 설정했다가 환경부 저온 주행 거리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보조금보다는 실제 성능과 신뢰를 중시하는 아우디다운 모습이다.
다이내믹 모드를 작동하면 들리는 배기음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외부에서도 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하다. 떨리는 심장 때문인가, 고성능 모델같은 진동도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실제로 RS e트론 GT는 내연기관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가장 큰 차이는 2단 변속기. 효율은 물론 성능까지 극대화해준다. 아우디의 자랑 콰트로 기술로 바퀴마다 적절한 힘을 분배할 수도 있다.
이런 전기차는 현재 전세계에서 유이하다. RS e트론 GT와 형제 모델인 포르쉐 타이칸이다. 두 모델은 사실상 거의 모든 하드웨어를 공유한다. 외관을 제외하고 플랫폼부터 모터 등 대부분이 같다.
그렇다고 RS-e트론 GT가 타이칸과 같지는 않았다. 스티어링휠은 가볍고 부드럽게 돌아갔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주는 서스펜션도 타이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아우디 엔지니어가 온 힘을 쏟았다는 설정 차이는 RS e트론 GT를 스포츠카보다는 럭셔리카에 가깝게 만들었다.
RS-e트론 GT가 지향하는 곳은 서킷보다는 도로다. 안락한 승차감에 더해 폭발적인 성능과 안전장치로 완벽한 안전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추월은 왼쪽으로, 횡단보도와 로터리에서는 일단 정지, 철저한 교통 질서 속에서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의 나라, 독일 도로에서 RS e트론 GT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주행 성능은 아우토반을 마음껏 달리기 충분했다. 미니밴이나 화물트럭까지도 시속 150km로 달리는 곳에서 RS e트론 GT는 순식간에 200km/h까지 속도를 내며 빠르게 차들을 추월했다. 최고 속도는 제한 속도인 260km/h를 훌쩍 넘어설 정도였다.
물론 아우토반을 마냥 달릴 수는 없었다. 교통 체증이나 공사중인 곳이 적지 않아 수시로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현지 교통 문화가 급가속과 급정지를 반복하는 탓에 국내처럼 탄력 주행을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는 1차선 주행 중 3차선을 달리던 트럭이 중심을 잃고 전복될뻔한 사고까지 겪었다.
강력한 제동 성능 덕분에 위기를 여러번 모면했다. 회생 제동 이질감은 거의 없었고, 여느 스포츠카처럼 강력하게 바퀴를 붙잡아줬다. 전기차에서는 자칫 소홀할 수 있는 브레이크지만, 아우디는 오히려 탄소섬유 강화 세라믹 브레이크를 탑재했다. 독자적인 세팅값 덕분인지 급제동 충격도 적은 편이었다.
주행 거리가 다소 아쉬움이긴 하다. 완충시 336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고속 주행을 하면 빠르게 줄어든다.
그나마 다른 전기차처럼 고속 주행시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건 큰 장점이다. 실제 표시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달려준다. 이피션시 모드로 변경하면 10% 정도 더 달릴 수 있는데, 대신 160km/h에서 부분적인 속도 제한을 걸었다.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단 18분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빠르게 확대할 예정이다.
/김재웅기자=노이부르크(독일)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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