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세계적인 '인공지능(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구글에서 퇴사한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가 구글을 나온 이유는 "AI가 핵보다 더 무서워 더 이상 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AI의 악용 시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핵무기와 달리 AI는 비밀리에 연구하면, 그걸 밖에선 알 방법이 없다. 전 세계의 학자들이 협력해서 AI 기술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힌턴 교수는 AI도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학습)'의 개념을 정립한 AI학계의 대부다. 그는 지난 2012년 세계 최대 이미지인식대회인 'ILSVRC'에서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이용한 학습 방식인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AI의 능력을 대폭 향상시켜 AI 기술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누구보다 딥러닝 분야를 주도하던 힌턴 교수가 그의 인생 30여년을 헌신해왔던 AI 개발을 후회한다고 선언한 것을 놓고 AI분야 종사자와 관계자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 지 오래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가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 위협이 될지에 대한 논쟁은 끊임 없이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교수 등은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AI의 개발을 몇개월 만이라도 늦추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간 경쟁이 뜨거운 판에 어느 기업이 먼저 경쟁에서 뒤처지겠다고 선언하겠는가.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데, 어느 국가가 경쟁국에 기술선점의 자리를 넘겨주겠는가.
더군다나 AI 개발 경쟁은 미국과 중국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AI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설령, 지금까지는 미국 기업들이 AI를 주도했을 순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만큼 중국의 AI 기술력이나 특허출원 숫자 등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이미 2017년 인공지능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미래경제계획의 핵심이자 일대일로 투자사업과 쌍벽을 이루는 디지털 실크로드 사업의 일부이기도 하다. 중국의 목표는 2030년 또는 그 이전까지 자신들이 AI의 이용·개발·적용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AI기술은 미국이 중국보다 10~15년을 앞선 것으로 알고 있지만, 브렛 킹·리처드 페티의 '테크노소셜리즘'을 보면 AI스타트업들에 대한 미국의 벤처자본 투자 등에 국한했을 때의 얘기라고 한다. 보다 폭넓은 사회 전반을 위한 AI에서 보면 결코 미국이 앞섰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이 군사용 AI에 대한 투자가 2020년에 벌써 70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펜타곤은 2020년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7월 중국이 이미 딥러닝 역량의 핵심 응용분야인 '데이터의 사우디아라비아(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는 의미)'에서 미국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당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7억3000만명인 반면 미국은 3억1200만명으로, 중국이 2배 이상 많다고 했다. AI가 학습하면서 축적하는 딥러닝 지식의 량이 이미 미국을 넘어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은 AI와 인류의 공존 문제를 놓고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라도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윤리적 논쟁' 같은 군소리 없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AI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반(反)중국 진영이 잠시라도 AI 개발경쟁에서 쉬어갈 경우, 세계적인 AI 주도권은 중국에게 넘어갈 것이다.
지금의 정치·외교적 상황을 보면, AI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AI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고, 세계 각국이 '인류를 위한 AI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보면, 판도라의 상자는 '희망'만 남은 채 곧 뚜껑이 닫힐 것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